'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라.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나라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남긴 이 말을 좌우명처럼 여기고 사는 문학단체가 색동회다.
색동회가 처음 조직된 것은 1923년 5월. 방정환 선생을 중심으로 당시 일본에 유학 중이던 조재호, 윤극영, 진장섭, 손진태, 마해송, 정인섭 등 선각자들이 주축이 되었다.
색동회는 일제 강점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내일의 희망인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면서 민족혼을 불어넣었다. 나이 어린 아이를 부르는 말인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지은 것도 색동회 회원들이다.
대구·경북지역에 색동회가 태동한 것은 1994년.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 했던 선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정휘창·김상문·곽홍란 등 아동문학가 15명이 모여서 색동회 대구·경북지회를 창립한 것이다.
그후 10여 년이 지난 오늘 색동회 대구·경북지회는 9기에 걸쳐 100여 명의 회원을 배출했다. 회원들은 저마다 동화구연가·아동문학가·시낭송가·수필가·블룬아티스트 등 다양한 재주를 지닌 사람들이다.
색동회 회원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매년 11월 9일 '동화의 날' 동화구연대회 입상자 35명 중 6개월 과정의 동화구연지도자 소양교육을 이수한 사람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1년간의 봉사활동으로 어린이 사랑하는 마음을 차곡차곡 다져야 한다.
김선주·남길수·문무학·이선영·최춘해·하청호 등 지역의 중견 문인들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도우고 있다. 색동회 대구·경북지회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매년 5월 어린이 동화구연 대회와 동화·동요 한마당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린이 동화구연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황을 이뤄 3일간에 걸친 열전을 치르곤 한다. 동화·동요 한마당은 종합적인 공연물이다. '잊혀져 가는 전래 놀이'와 '새 창작 동요 함께 부르기', '이야기 들려주기'와 색동극단이 꾸미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창작 뮤지컬' 등으로 올해 16회째 어린이들을 만났다.
5월 공연이 끝나면 문화적으로 소외된 어린이들을 찾아 순회공연을 떠난다. 모두가 회원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이루어지는 공연이다. 공연이 끝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학교 운동장이나 나무 그늘에 선 채로 먹는 마른 김밥도 꿀맛이다.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지난 2000년, 전교생이 50명도 안 되는 왜관의 낙산초등학교 분교에서 '가슴에 단 훈장'을 공연할 때였다. 교실 두 곳을 합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바닥에 앉고 색동극단은 반쯤 가려진 교실 뒤에서 공연 준비를 했다.
공연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고, 고사리손이었지만 힘찬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 관람을 했던 한 선생님이 그날 공연의 주인공인 종구 역을 맡았던 한 회원에게 "종구야, 가다가 맛있는 거 하나 사 먹어라"며 주머니 속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쥐어 주는 바람에 분장을 지우다만 색동회원들이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선생님도 연방 소매 끝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울먹였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색동 동화구연대회는 일반부, 교사부, 대학생부로 나누어 3일간에 걸쳐 펼친다. 행사 때마다 먹을거리를 들고 와 챙겨주는 선후배의 따뜻한 풍경도 색동회의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이다.
계간지 '색동사랑'을 발행해 각계각층에 색동회를 알리면서 회원들의 자긍심도 높이고 있다. 올 겨울호가 통권41호이다. 얼마 전 색동회 사무실을 내당동으로 옮긴 색동회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월례회를 가진다. 지난 12월 9일은 2005년을 결산하는 총회가 있었다.
내년 2월에 시작될 10기 동화구연 지도자 연수와 대경방송 출연 준비, 5월 동화동요 한마당, 8월에 계획된 색동 문화탐방, 11월 동화의 날 행사와 색동 동화구연대회를 위해 각 부서별로 할일들을 차근차근 점검했다.
김상문 색동회 대구·경북지회장(아동문학가)은 "색동회 회원이 만나는 어린이들은 누구보다도 행복할 것"이라며 "어린이들의 밝고 고운 꿈이 활짝 피어나길 소망하는 색동회의 발걸음으로 새로운 2006년을 활짝 열 것"이라고 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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