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문화 마케팅

대구 시내 8개 구'군청이 때아닌 '보물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바로 숨어 있는 문화를 발굴해 지역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다. 수성구청은 상화 시비를 수성못에 세우기로 했고, 중구청은 남성로 약령 공원에 유치환 시비를 건립할 움직임이다. 남구청은 명나라 장수 두사충이 자기 나라 황제를 위해 예를 올린 대명단을 문화 마케팅의 소재로 밀고 있다. 낯익은 역사 인물들과 관련된 문화 마케팅이어서 반갑다.

◇늦었지만 대구의 각 지자체들이 문화 마케팅에 눈뜬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근대화 이후 우리 사회는 너무 개발 논리를 따르는 바람에 태양에 바래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젖어 신화가 된 문화유산을 홀대하고 파괴해 왔다. 특히 대구는 임란과 호란의 피해가 크지 않았는 데다 6'25의 포화마저 피해 간 행운의 도시로 더 이상의 인위적인 파괴만 없다면 역사적 현장에 문화의 옷을 입혀 도시 마케팅의 소재로 쓸 수 있다.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한국 인재의 절반이 나온다는 영남의 중심 도시였다. 근년 들어 부산이 앞선 경제력으로 대구를 압도하는 영화제나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주목받고 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농담처럼' 대구와 부산은 격(格)이 다르다고들 한다.

◇문제의 '격'이란 바로 항구 도시로 뱃사람들을 중심으로 상업을 꽃피웠던 부산과 책 읽는 사람이 많고 귀(耳) 명창이 많았던 문화'예술의 도시 대구의 차이를 드러낸 말이다. 그렇기에 숨어 있는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잊힌 문화 유산의 현장에 대한 백서를 만들고, 보존 우선 순위를 정해 이를 관광과 연계시킨다면 황금알을 낳는 무공해 문화 산업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문화 유산을 대구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지역민부터 사랑할 만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 중구청의 유치환 시비 건립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미 유치환은 거제도와 통영이 서로 연고권을 주장하며 문화 마케팅을 펴고 있다. '넘버 3'식 뒤늦은 문화 마케팅은 돈만 들일 뿐 별 효과를 얻지 못한다. 오히려 대구 중구는 '봄은 고양이로다'를 남긴 시인 고월 이장희가 태어나고 자살한 곳이지 않은가. 왜 중구가 낳은 천재 시인 고월을 외면하고, 청마를 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재고해봐야한다.

최미화 논설위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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