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8)지역차별

사원채용 때 공공연히 '河南출신 사절'

지역차별 소송에 대한 쩡조우(鄭州)지방법원의 판결에 전 중국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차별성 현수막을 내걸어 피소된 선전시 롱강(龍崗)공안분국은 지난 8일 허난(河南) 출신 소송인들에게 사과했고 이들은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소송을 취하했다.

발단은 2005년 3월. 공안국(경찰서)이 관할지역의 대로변에 "허난 출신 사기협박단을 때려잡자", "허난 사기협박단의 범죄를 고발, 체포하면 500위안(한화 약 8만 원)을 포상하겠다"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현수막은 대다수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허난 출신의 런청위(任誠宇) 등은 4월 15일 "허난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지역차별로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중국헌법까지 위배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허난사람에 대한 지역차별은 종종 중국사회를 발칵 뒤집는다. 그런데도 중국사람들은 "허난사람을 조심하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실제로 선전은 물론,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 일부 IT기업들도 '허난사람 사절'(此地招工 河南人免談)이라는 제한을 두고 사원을 채용,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변의 중국사람들은 "가정부를 채용하려면 허난사람은 절대 쓰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같은 지역차별 때문인지 중앙정치국이나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등 중국의 핵심권력에서 허난 출신을 찾기는 쉽지 않다. 쉬용위예(許永躍) 국가안전부장, 장춘시엔(張春賢) 국무원 교통부장(장관), 차오강추안(曹剛川) 국방부장 등 몇 사람에 불과하다.

허난사람 외에도 안후이(安徽)성과 베이징, 산둥(山東), 둥베이(東北) 지역 사람들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지만 허난사람에 대한 차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중국인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고향을 먼저 물어보는 것은 이 같은 지역의식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의 양대 도시는 서로를 배척할 정도로 싫어한다. 정치중심이자 수도인 베이징과 경제수도격인 상하이는 적대적일 정도의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 중국이 온갖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상하이는 베이징올림픽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지역으로 꼽힌다. 상하이는 올림픽보다는 2010년 상하이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에 더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할 정도다.

중국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역차별양상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개혁개방 이후 연해지구에 대한 경제개발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다. 내륙지방인 허난은 철저히 소외됐고 그 결과 경제적 약자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서부대개발 프로젝트 등 중국정부의 지역균형개발전략이 중국의 지역차별을 해소하는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 허난 출신 등 외지인들은 베이징 등 대도시 변두리에서 촌락을 이뤄 함께 산다. 대도시 변두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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