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모저모)"공짜라고 해놓고 왜 돈 받냐?"

○…바뀐 버스노선을 잘 몰라 정반대 방향에서 버스를 타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동대구역 버스정류장의 한 시민은 "순환노선이 새로 생겼는데 진행방향을 표시해 줬더라면 버스 타기가 한결 편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나도 좀 봅시다."버스정류장마다 노선도를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이었다. 버스노선도에 표시된 정류장은 많아야 6, 7개. 상세 노선이 필요한 시민들은 대구시청 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늘 '통화 중'이라며 짜증을 냈다.

○…"급행이야, 간선이야."신설 급행 1, 2, 3은 1천300원의 좌석버스. 하지만 간선버스 중에도 좌석버스가 많아 급행과 간선을 헷갈려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한 버스기사는 "똑같은 간선인데 일반버스와 좌석버스를 동시에 운행할 이유가 없고, 예전처럼 좌석버스가 일반버스보다 빠른 것도 아니다"며 "모든 간선을 일반 버스로 통일해 시민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버스업계의 고질적 관행이었던 무정차가 준공영제 실시 이후 자취를 감췄다. 대구시가 도입한 버스운영관리시스템 때문. 시 관계자는 "정류장에 섰는지 안 섰는지, 제 시간에 운행했는지 안했는지 모든 기록들이 컴퓨터에 낱낱이 남는다"며 "첨단 시스템 덕에 버스업계의 대시민 서비스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정수(43·수성구 범어동) 씨는 버스정류장에서 경유지 안내판을 봐도 무슨 버스를 타야 할지 잘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쉘터가 있는 정류장에만 노선안내상황실 연락처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며 "모든 버스정류장에 연락처를 안내해 시민들이 하루 빨리 새 제도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버스준공영제에 기대감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시내버스 첫차를 타고 새벽에 출근한다는 최연선(48·여·수성구 수성1가) 씨는 버스기사들이 여러 노선을 운행하는 탓에 종종 길을 잘못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심지어 차에 탔더니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면서 내리라고 한 뒤 차를 돌려 가다가 10여 분 뒤 다시 돌아와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다고 한 기사도 있었다"고 했다.

○…대구시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10명의 상담원들은 하루 종일 쏟아지는 시민들의 문의전화를 받느라 녹초가 될 판이라고 하소연. 상담원 배미애 교통기획계 공무원은 "하루 16시간 동안 쉴틈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눈과 목, 허리 등 안 뻐근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현금을 내고 환승 요금 할인 및 무료 혜택을 받으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환승 요금 할인 및 무료 혜택은 교통카드나 후불제 교통카드를 이용해야만 받을 수 있다.

427번 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할머니 한 분이 현금을 내고 탔으면서도 '환승하면 공짜라는데 왜 요금을 받냐'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바람에 결국 요금을 못 받았다"며 황당해했다.

급행3에서는 버스기사가 현금을 내는 시민들에게 "다음부터는 교통카드를 이용하시라"며 끊임없이 외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버스 기사들은 쏟아지는 승객들의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버스 기사들도 자신의 노선 외에 바뀐 노선에 대해서는 잘 몰라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564번을 운행하는 버스기사 방세홍(48) 씨는 "예전에 공동배차제를 할 때는 전 노선을 다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 노선 외에는 잘 모른다"며 "모르면 일단 지하철로 가서 환승하거나 아는 버스 노선을 이용, 인근으로 가서 갈아타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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