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의 재미는 저속한 통속?'
상당부분 맞는 말이다. TV 오락프로그램이 교훈적이어야 하거나, 교양의 잣대로 비판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 판박이 오락프로가 브라운관을 메우고 있다. 최근의 TV 오락프로는 시시콜콜한 신변잡기 위주이거나 가학적 놀이로 채워지고 있어 그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벌칙 혈안…가학성 놀이="여박(박 파편)이 남으면, 의사도 안 묻고 바로 내리치고…. 아무리 오락 프로라지만 너무 심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보면 뭘 배우겠습니까. 보다보면 좀 씁쓸합니다." "프로그램은 재미있는데요. 벌칙이 박으로 머리를 치는데, 너무 좋지 않아요. 가끔 애들도 같이 보는데, 거북할 때가 많아요."
주말 오후 일제히 방영되는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게시판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서로 게임을 하다 실수를 하면 박으로, 뿅망치로 머리를 때린다. 물론 재미로 주는 벌칙이기는 하다. 그러나 출연자들은 서로 벌칙주기에 혈안인 듯한 인상마저 준다.
MBC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퀴즈의 달인' 코너는 '아하게임'(앞사람이 말한 단어를 거꾸로 말하는 게임)을 하다 틀리면 벌칙맨이 박을 내리친다. 여기에 박 파편이 생기면 남은 파편으로 벌칙을 받는 사람을 또 한번 괴롭힌다.
KBS '해피선데이 여걸식스' 코너 '쥐를 잡자 게임'의 경우 플라스틱 뿅망치가 벌칙도구다. 그러나 책상 위에 올라가서 사람을 내리치거나 망치를 비껴 내리치는 모습은 단순한 게임벌칙이라 하기엔 다소 폭력적이다.
이처럼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과 스타 연예인위주의 기획 등으로 상대방을 학대하는 '사디즘적' 요소가 오락 프로그램 곳곳에 넘치고 있다. 주말 오후를 불편하게 하는 이들 프로그램들이 과연 한국적 정서에 맞는지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엽기·선정성도 도마에=오락 프로그램은 엇비슷한 형태의 프로가 경쟁하면서 출연자들의 엽기적인 모습이나 황당한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극히 은밀한(?) 경험담을 털어놓거나 출연 영화 등 홍보를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내용을 유추하는 SBS '야심만만'은 조사결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게스트들의 사적인 체험담을 털어놓는 것이 핵심이다. '일요일이 좋다, X맨'은 팀별 게임이라는 설정과는 달리 파트너를 정하는데 시간을 흘려보낸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유혹하는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찍고 찍히며 딱지맞는 과정이 마치 구애(?)프로그램을 연상시킨다. 같은 프로 '당연하지' 코너에서는 공공연하게 삼각, 사각관계를 연출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스타들끼리 친분을 과시하며 가볍게 농담을 하거나, 심지어 이성에게 치근대는 듯한 스타들의 사적인 공간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스타들이 사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래서 더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락 프로그램이 엽기적이거나 선정성이 강조되는 내용으로만 채워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락 프로가 언제까지나 출연 연예인들만의 놀이공간이 되거나, 스타의 사생활에 의존한다면 이는 곧 방송사와 출연 연예인들의 위신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사진: MBC '강력추천 토요일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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