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승엽 홈런 펄쩍 뛰었죠"…엄씨의 도쿄 관전기

삼성 라이온즈 팬 엄홍식씨

5만4천500명 대 500명. 5일 오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숙명의 라이벌전이 펼쳐진 일본 도쿄돔. 500명의 대열에 낀 한국 야구팬으로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다. 태극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더할 수 없는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일찍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야구팬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일이나 여가를 즐기면서 출발 때의 흥분이 끝까지 지속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WBC 관전 여행은 설레임과 흥분의 연속이었고 마지막에는 배가된 기쁨을 안겨 주었다.

△자랑스런 한국 선수들=대만, 중국을 꺾고 승승장구했지만 우리보다 50년 먼저 프로야구를 시작한 일본이기에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낯선 돔구장과 일방적인 일본 응원단의 함성도 절대 불리한 요소였다.

예상대로 0대2로 끌려갔지만 4회말 2사 만루에서 이진영이 멋진 다이빙 캐치로 니시오카의 싹쓸이 2루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순간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구 경기에서 절대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이기는 경우를 여러 번 지켜봤기 때문이다.

공수 교대 후 5회초 바로 1점을 따라붙었고 8회초 다시 기회를 잡았다. 1사 1루에서 타석에는 대구가 낳은 '국민타자' 이승엽이 들어섰다. 대구에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선물한 이승엽이 이번에도 일을 내 주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마운드에 좌완 이시이가 서 있는 데다 앞선 세 타석에서 이승엽이 범타로 물러나 불안감 또한 높았다.

이승엽은 그러나 볼카운트 1-3에서 일본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5만여 일본 관중들의 긴 한숨과 침묵 속에 외야 관중석 한쪽에서는 태극기가 물결치면서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TV로 봐도 짜릿했을 명승부였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승리의 순간을 지켜봤고 펄쩍펄쩍 뛰며 통쾌한 감동과 최고의 환희를 느꼈다. 9회말 등판한 박찬호는 일본의 '야구 영웅' 이치로를 내야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아시아 야구의 맹주를 자처하던 일본과 그의 망언에 종지부를 찍어주었다.

△너무나 부러운 도쿄돔=우리는 언제쯤 비오는 날에도 야구를 볼 수 있을까. 귀국 길 비행기에서 대구시민야구장이 떠오르면서 쓴웃음이 났다. 좋은 시설을 갖추면 야구팬들은 모이기 마련인데 우리는 왜 그런 시설을 갖지 못할까.

도쿄돔은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 때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적이 있어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장을 둘러보면서 부러움과 감탄이 터져 나왔다. 도쿄돔의 웅장함과 야구박물관, 기념품 매장, 테마 파크, 쇼핑몰 등 잘 갖춰진 주변 시설에 입이 벌어졌다. 일본인들의 야구사랑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엄홍식(43·삼성 라이온즈 팬)

사진 : 5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물리치자 한국 응원단이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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