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등산은 완전히 다른 운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눈여겨보면 공통점이 없지 않다. 우선 걷는 운동이라는 점이 같다. 기술이 더욱 중요할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걷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운동이다.
또 골프와 등산은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하는 운동이니 이를 즐긴다면 복잡한 도시환경 속에 사는 이들에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또 골프와 등산은 정담을 나누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축구나 농구는 물론 유도·태권도와 같은 동양무예도 정담을 나누면서 하는 운동은 아니다. 그러나 골프와 등산은 정담을 나누는 목적이 더욱 클 수도 있다. '골프 회동'이니 '무슨 산악회'니 하는 것들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와 등산을 비슷한 유형의 운동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골프와 등산은 '경쟁성'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산에서의 경쟁은 생명을 담보로 하게 되어 있어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능숙한 등산가는 산에서 달리지 않으며, 걸을 때도 발끝보다는 뒤꿈치부터 내어 딛는다. 그러나 골프는 타수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때문에 경쟁을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기 골프'는 비뚤어진 경쟁의 한 단면이다.
골프와 등산이 또 다른 점은 '짝'의 유무와 관련된다. 등산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지만, 골프는 짝 없이 성립되기 어려운 운동이다. 짝을 찾아 헤매는 골프 마니아들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환경 훼손도 골프와 등산이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두 운동 간에 차이점이 있다면 등산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대상으로 하여 훼손이 적지만, 골프는 자연환경을 경기인들의 취향에 맞추어 변모시켜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골프와 등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돈' 문제인 것 같다. 등산이라고 해서 맨발로 벗은 채 할 수 없으니 돈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골프에 비하면 공짜 운동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골프와 등산은 누가 봐도 동일한 차원에서 거론될 수 있는 운동은 아닌 듯하다.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정담을 나누면서 걷는 운동이라는 점만을 부각시켜 골프와 등산이 비슷한 유형의 운동이라고 하면 이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난감한 것은 교육 행정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골프와 등산이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그것도 철도파업이 시작된 3.1절에 총리가 즐긴 골프를 두고....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날은 총리가 등산을 하려 해도 만류했어야 하는 그런 날이었다.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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