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마법천자문' 열풍

우리나라의 가구당 월별 도서 구입비는 1만 원이 채 안 된다. 반면 외식비는 24만 원 정도다. 통계청의 이 같은 근래의 조사 결과뿐 아니라 '비티에듀' 설문조사에 따르더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19세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독서를 선택한 경우는 1%도 안 된다. 부정하고 싶지만, 지식 정보가 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음에도 '독서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고전적 명제라 할는지 모르지만 '독서는 일용할 정신의 양식'이다. 꾸준한 독서로 앎을 구성해 마침내 사람됨을 갖추라는 뜻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독서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군것질'이나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공유해야 할 독서의 몰락은 정신의 황폐화를 부르고, 문화의 속물화를 재촉할 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화 시리즈 '마법천자문'(아울북 펴냄)이 5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고 한다. 아동 창작물로는 처음이며, 성인 도서를 포함해도 국내 창작물로는 2000년 이후 최다 판매 기록이다. 더구나 이 시리즈 출판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최단기 기록)에, 그것도 전체 20권 중 10권만 나온 상황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법천자문' 시리즈는 지난 2003년 11월부터 선보이기 시작, 3, 4개월마다 후속편이 나오고 있으며, 나오기만 하면 어김없이 30만 부 이상 팔리는 모양이다. 출판계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권이 모두 나오는 2008년 말까지는 이문열의 '삼국지' 시리즈 1천500만 부를 훨씬 능가해 2천만 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아무튼 영화처럼 재미있는 이 만화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마법천자문'의 '마법' 같은 인기 비결이 이성적 접근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 게임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과연 간과할 일일는지…. 독서의 진정한 의미가 '독자 스스로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지식과 지식, 지식과 경험, 지식과 사고, 자아와 타자를 끊임없이 통합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우리는 한없이 가벼워지면서 왜곡된 독서 문화의 한복판에 있지 않은지 자성해봐야 할 것 같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