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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처럼 은은한 배꽃에 잠기어…하동의 '하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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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멀미. 매화부터 시작해 벚꽃에 이어 배꽃까지. 섬진강은 한 달 하고도 보름 넘게 하얀 꽃멀미를 앓고 있다. 그래서 섬진강의 봄은 희다.

꽃샘추위를 무릅쓰고 매화가 피었다 지면 벚꽃이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변을 뒤덮는다. 이 벚꽃이 떨어져 온통 눈꽃이 휘날릴 때쯤이면 배꽃이 가세해 백색 세상을 다시 만든다. 배꽃이다. 경남 하동군 하동읍에서 화개장터에 이르는 길 양쪽은 모두 배밭이다. 길 너머 야트막한 산에도 배꽃이 피었다.

벚꽃에 이어 다시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어냈다. 중심지는 하동읍 신지마을. 하동 읍내삼거리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구례 쪽으로 1㎞를 가면 두곡삼거리다. 우회전하면 고서·화심·율곡 방향. 구례 쪽으로 가던 옛길이다. 4㎞ 정도 가면 다시 19번 국도와 만난다. 배꽃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이 길을 따라가는 게 좋다. 가다가 배시시 웃는 배꽃이 좋다면 차를 세워두고 잠시 내려 걸어도 된다. 골짜기 산등성이까지 온통 배밭이다. 느긋하게 감상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다시 쳐다보고 감탄하고….

매화나 벚꽃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은은한 멋은 더하다. 옛길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면 섬진강과 어울려 기막힌 풍경이다. 하얀 배꽃과 19번도로를 지나 시야가 머무는 곳은 푸른 섬진강.

봄날 섬진강은 넉넉하다. 전북 진안에서 시작해 800리를 흘러가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는다. 구례와 하동에 이르러 제법 강폭도 넓어지고 넓은 모래사장까지 갖췄다. 이 강줄기를 따라 사람들이 재첩도 잡고, 배 과수원도 일구고, 때이르게 강가 모래사장에서 뛰어놀기도 한다. 그렇게 하얀 배밭도 품고 재첩음식점도 품고 무심히 흘러간다.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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