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선거에 '선파라치' 몰린다

"큰 것 한 방이면 5억원이 들어오니 눈에 불을 켰죠"

5.31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파라치'(선거와 파파라치의 합성어)가 선거판에 대거 몰려 들고 있다.

서울에서 파파라치(몰래 제보꾼) 양성학원을 운영하는 문모(57)씨는 17일 "현재 전국에 1천여명의 파파라치가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선파라치는 부정행위를 하는 후보를 고발함으로써 공정 선거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른 파파라치보다 자부심도 훨씬 크다고 문씨는 전했다.

특히 1회용 비닐봉투 단속 포상금은 7만∼10만원으로 1인당 포상금 한도가 월 50만원밖에 안되지만 5.31 선거는 포상금을 건당 5억원까지 올린 데다 1인당 한도가 없어 인기가 높다.

이에 따라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식파라치'(불법·위해식품), '봉파라치'(1회용 비닐봉투),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세파라치'(탈세제보) '성파라치'(성매매) 등 기존 신고포상금을 탈 목적으로 활동하던 파파라치들이 선거판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는 것.

경력 2년차 파파라치 이모(60.여)씨와 고모(57.여)씨는 1회용품과 불량식품, 유사휘발유 판매 등을 신고해 한달 평균 수입이 1천만원을 넘는 실력자들로, 얼마 전부터 선파라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씨는 "그동안 부정 선거운동 단속은 전문지식이 필요한 데다 선거철에만 할 수 있어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며 "잘만 하면 한 번에 5억원을 벌 수 있어 '5.31 로또'로 불릴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고씨는 "서울의 한 구청장 후보가 유권자에게 식사를 접대하는 것을 신고해 100만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지금이라면 몇 배 더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환경이 훨씬 좋아진 만큼 유감 없이 실력 발휘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선파라치 성공의 관건은 단연 정보력.

이씨 등은 "정당의 당원을 사귀는 것은 물론 친목회장과 반상회장, 통·반장 등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 한 선거구역에만 10여명의 정보원을 심어뒀다"고 자랑했다.

선파라치는 정보를 얻어내면 가방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현장에 잠입해 후보자 얼굴은 물론 음식값을 계산하거나 봉투를 나눠주는 장면 등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촬영해 선관위에 제출한다.

선관위도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부정행위가 뒤늦게 밝혀지면 재·보궐 선거 비용으로 10억∼15억원이 드는데 이런 사태를 포상금으로 막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선관위가 2000년 총선 때 지급한 포상금은 78건에 486만원, 2002년 지방선거 때는 190건 1억922만원, 2004년 총선은 349건에 7억7천만원으로 포상금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금까지 5.31 선거와 관련한 포상금은 52건에 1억1천300만원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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