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 쌀 개방, 위기가 곧 기회다

조만간 미국산 쌀을 비롯한 수입쌀이 우리 식탁에도 올라오게 된다. 수입쌀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처음엔 어느 정도 쌀소비가 있겠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품질, 가격에서 우리 쌀이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품질과 안전성에서 자신 있고 경쟁에서 이겨 나갈 대책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쌀수급 안정과 재고관리, 쌀농가 소득보전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품질고급화를 위하여 품종 개선, 재배 및 안전 관리, 브랜드 육성, 원산지 표시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민간 유통의 중심이 되는 미곡 종합처리장의 건조시설이나 저장시설을 확충하여 품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국내쌀의 소비촉진을 위해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쌀 소비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도 중요하나 생산 농민이나 생산자 단체의 준비와 적극적인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 생산에서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경쟁력 제고 대책을 추진하여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기해야 한다. 소규모 농가는 대농과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재배과정에서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쌀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과정에서도 품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포장을 개선하고 원산지 표시도 철저히 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쌀 생산자 단체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쌀 생산이나 판매 단체를 조직화하여 이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판매증진과 홍보를 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쌀협회(USA Rice Federation)는 쌀 농가와 쌀 유통 업자를 대변하는 전국적인 조직이다.

이 단체는 쌀 소비촉진과 판매활동, 특히 해외수출을 역점 추진한다. 쌀업계 이익보호를 위해 정부나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적 활동도 한다. 또 쌀생산자 단체의 대표가 정부 고위관리로 임용되기도 한다. 현재 미국 쌀협회 부회장인 커밍스도 미국 농무부 고위관리 출신이며 농무부 전임 해외농업처장인 텝스트라도 쌀협회에 근무했던 사람이다. 미 무역대표부의 농업 담당대사인 크라우드는 미국 콩협회의 대표를 역임하였다. 품목 대표자가 정부 고위관리로 임명되므로 정부와 생산자 단체의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우리 쌀 생산자도 조직화하여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위상제고에 힘써야 한다.

수입개방에 맞서 우리 농산물과 식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우리농식품의 미국 수출액은 약 2억 8천만 달러 정도. 전체 미국의 농산물 수입액의 0.5% 정도에 불과하다. 거대한 미국 시장이 우리 농식품의 판매처이자 안정적인 소비시장으로 다가온다. 6천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식품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최근 미국 식품시장을 지배하는 개념은 건강이다. 한국음식은 건강식이며 웰빙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 건강과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미국인에게 좋은 먹을거리로 인식된다.

신라음식이나 경북북부의 제례음식 등 지역 특성에 알맞은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여 고급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통과 멋이 들어간 음식의 국제화가 우리 농업을 살리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미국 농산물시장도 우리에게 하나씩 열리고 있다. 2003년에는 단감, 2004년에는 호박, 수박, 오이, 참외와 포도 시장이 열렸다. 지난해 말에는 파프리카 시장도 열렸다.

영천지역에서 생산된 포도가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되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새송이 버섯이나 깻잎 등 많은 틈새 품목이 있고, 전통 주류도 미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류 열풍도 불고 있어 우리 식품은 미국 시장 개척에 좋은 여건을 맞이하고 있다. 또 경북지역은 남북과 동서를 막론하고 지방마다 특색 있는 농업 자원이 있고 세계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산림과 해양자원이 있다.

개방은 소극적으로 생각하면 위기라고 여겨지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우리 농산물이나 식품을 세계에 수출하는 등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개방화 시대에 직면하여 우리의 생각과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김재수 (주미 한국대사관 농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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