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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땐 계약 해지"…중앙지하상가 '각서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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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앙지하상가 3지구 상인 박병준(52) 씨. 16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그는 중앙지하상가 재개발로 새로운 상가 조성이 이뤄지자 지난달 분양신청을 했다. 하지만 날벼락이 떨어졌다. 분양을 받지 못한 것.

분양을 받지 못한 이유가 더 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곳 재개발업자인 (주)대현실업이 요구한 각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양 탈락 이유였다고 했다.

"기존 3지구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이 분양신청을 하려면 자신들이 만든 각서에 서명하라고 했어요. 각서 내용은 최근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이 농성을 벌이며 회사에 피해를 준 점을 사과하고 향후 집단시위를 벌이면 임대차계약은 자동해지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것을 담고 있었지요."

그는 상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 '노예 계약문서'나 다름없는 내용에 어떻게 서명하겠느냐고 했다. 상가에서 영업하다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항의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는 되물었다.

이런 과정에서 중앙지하상가 입점을 원했던 기존 3지구 상인 65명 중 19명은 결국 각서를 쓰고 분양을 받았다. 나머지 상인들은 박 씨처럼 각서서명을 끝내 거부하며 분양신청을 포기해 버렸다는 것.

그러나 박 씨는 이곳에서 장사를 다시 시작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의 사연을 전해들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정한영 변호사가 '불공정 계약체결을 강요한 부당 행위'라며 자진해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대현실업 측은"각서에 포함된 시위금지 문구는 회사에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단순한 의미일 뿐"이라 해명했다. 회사 측은 또"분양을 해준다는 것은 한가족이 된다는 것인데 얼마 전 단전·단수와 관련 소송을 제기한 사람과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겠느냐."며 박 씨에게는 분양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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