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댄스 위드 미

벚꽃의 군무가 절정이던 어느 날, 남산종합복지관에 강의를 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상으로 노년기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되어 있는데, 교회에 위치한 강당을 보니 경건한 곳에서 서두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나 나의 우려와는 달리 강당 안에서는 트롯 음악에 맞추어 꼭지점 댄스 강습이 한창이었다. 쉰 살 남짓의 댄스 강사의 구령에 따라 마름모 스텝을 밟는 어르신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은 나의 우려를 일시에 종식시켰다. 한바탕 춤이 끝나자 이마의 땀을 씻어 내리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힘과 정력이 넘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강의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시간이 다 가버렸다. 스트레스 해소 뿐 아니라 다수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데 춤보다 더 좋은 게 없을 성 싶다.

영화 는 미스 아메리카 출신인 바네사 윌리암스와 프로댄서들의 격정적인 라틴 댄스를 즐길 기회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댄스는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고, 미움과 원망을 극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유복자로 외롭게 자란 청년 라파엘이 어머니와 자기를 버린 비정한 아버지와의 재회 과정에서 댄스는 마음의 빗장을 열어준다. 또한 남편에게 버림받고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댄서 루비는 춤을 통해 라파엘을 만나고, 그와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루비의 처지와 어머니를 강하게 동일시한 라파엘은 루비를 돌봐주고 위로해주면서 서로 호흡을 맞추어 삼바를 춘다. 이들의 화해와 사랑의 현장에는 열정적인 댄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이 춤을 추는 진짜 이유는 자신을 몸으로 표현하여 엑스터시를 경험하려는 것이다. 춤은 환희의 도파민과 격정의 노르에피네프린을 펑펑 솟아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음악에 맞추어 신체를 흔들다보면,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의 조화로운 하모니가 생겨나고, 이것은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임을 인식하게 이끌어주고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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