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6회를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다. 매년 이맘때면 각종 장애인 관련 행사가 넘쳐난다. 아마도 장애인 관련 행사는 4월과 연말연시가 시즌인 것 같다. 올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안타까운 점은 늘 장애인 문제가 일회성 행사나 구호로 끝난다는 점이다.
특히 일선에서 장애인 문제를 다루면서 느끼는 것은 분명 사회 전체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동정이나 자선으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구직을 위해 방문하는 많은 장애인 고객들은 이러한 일회성 행사보다는 차별 없는 세상을 더 바라고 있다.
장애를 이유로 취업에 제한을 받고, 임금차별과 같은 근로조건의 차별을 경험한 장애인도 많은 실정이다. 대부분의 장애인 구직자들은 일자리가 주어지면 자신의 능력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이들을 채용한 경험이 있는 사업주들은 그 성실함과 생산성에 놀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지역의 장애인 고용율은 1.6%대를 맴돌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법 제정을 통한 본격적인 장애인 고용정책이 시행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장애인 고용률이 3배 정도 높아졌고 작년에는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던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이 공단과 협약을 맺으면서 장애인고용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 금년부터는 상시근로자 200인 이상의 사업체도 2%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장애인 고용의무가 새로 적용되는 업체 수만 해도 123개소에 달하며 산술적으로 7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더 생길 여지가 있다.
또한 작년 개통된 지하철 2호선과 지난 2월 개편된 대구시 교통체계는 지역 장애인 취업여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구직활동을 위해 공단을 방문하는 인원이 50% 증가했고 취업 가능한 지역도 훨씬 넓어졌다. 흡족한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고용정책과 환경이 가시적으로 점점 나아지고 있어 희망도 따라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스러운 것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 장애에 대한 편견들이다. 정책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람의 생각과 의지이듯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사람의 생각과 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사업주들이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으로 채용을 기피한다. 심지어 일부 사업체에서는 생산성과 무관하게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현실과 마주할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의 심정이 들곤 한다.
작년 화성산업을 비롯해 대구·경북지역의 이름 있는 업체 16곳에서 선뜻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겠다는 협약에 동참해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협약으로 인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장애인 고용확대에 물고를 터줄 것으로 믿는다.
협약이 협약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적 고용확대로 이어지길 바라며, 장애인 고용의무가 생긴 200인 이상의 사업체에서도 그저 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마지못해 장애인을 고용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접근해 주길 바란다.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하며 사회발전에 일익을 담당했기에 존경받을 만할 것이다.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그저 성금을 기탁하는 것보다는 일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먼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황보익(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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