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차 비리를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수사해온 지 4주만에 정몽구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뒤 이제 마지막 관문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검찰이 그간 "수사는 증거로 하는 것이다. 비리수사로 기업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다"며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해왔지만 재계와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계속되는 '선처탄원' 목소리를 냉정하게 외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수사를 바라보는 여론도 찬반으로 양분된 점을 의식한 검찰로서는 정몽구 회장을 처벌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기본 수사' 외에 '경제위기론'에 대응할'경제정의론'을 개발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 '신인도 하락' vs '기업투명화' = 현대차 그룹은 이번 수사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해외 딜러망을 통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고 해외 공장 투자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꿈꾸는 그룹 총수가 '비리 기업인'으로 낙인찍히고 수의(囚衣) 를 입은 모습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현대차 =비리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이생길 수 있고 흑색선전에도 악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현대차의 이미지가 훼손되면 '코리아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하고 있고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자신들에게 번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논리를 내세운 재계의 '신인도 하락론'에 대응해 검찰은 '기업 투명화론'을 근거로 수사의 날을 벼리고 있다.
현대차가 단기적으로는 신인도가 하락할지 몰라도 부패한 기업의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사고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투명화로 인해 신인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이달 14일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서 "이번 수사를 계기로 기업 투명성이 증대되고 국제적 기준의 경영문화가 정착돼 우리 기업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에 한층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지휘부 공백' vs '경영정 상화' =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의 경영 공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과 체코 현대차 공장의 착공이 잇따라무기 연기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현대차를 통해 들려온다.
물론 이런 소식이 언론의 취재를 통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신뢰도는 미지수인상태다. 현대·기아차 1천800개 협력업체 임직원 5만명은 "수사 결과 경영 공백이라는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면 현대차가 진행하는 국내외 사업에 혼란과 지연이 초래돼통반투자를 하는 협력사들의 생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기업은 1인 기업이 아니지 않느냐"며 엄정한 수사로 '1인이전횡하는'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 그룹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 외에 훌륭한 전문경영인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과거의 '오너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리한 '세습경영'을추진하다 결국 경영권 승계 비리를 불러왔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검찰은 현대차 그룹의 오너 일가가 과욕(過慾)을 버리고 실력있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운영을 맡기면 단기간의 지휘부 공백은 향후 경영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보고 있다.
◇ '투기자본공격' vs '지배구조개선' = 재계에서는 SK 사태 당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이 공격받으면서 소버린에 8천여억원의 국부(國富)를 내주게 된 상황이 현대차 수사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주식회사의 주인은 오너가 아닌, 주주이며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기업 지배권을 장악하려는 것은 마치 민주주의 시대에 왕정 시대를 꿈꾸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SK가 소버린이라는 투기자본에 공격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SK그룹이 SK㈜만장악하면 그룹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게 지배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일 뿐이며 지배구조가 정상적이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현대차 그룹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구조를 만든 뒤 정의선사장이 기아차 주식을 매집해 그룹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전략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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