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에 남북이 합의했다. 어제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은 납북자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우리 측이 제의한 DJ 방북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북 일정은 추후 실무회담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남북정상회담에 가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게 그 목적으로 추측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을 비롯, 남북 관계 진전에 애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의 공식 합의에도 그의 방북 자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연초 그가 방북 추진 의사를 밝힐 당시 정부 당국자는 "추진 주체는 김 전 대통령 쪽이며 민간인 자격"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특사설을 일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이 납북자 문제와 6자회담 등 현안은 제쳐두고 왜 민간인 자격의 DJ 방북 합의를 했을까. 민간인이라면 그의 방북 역할은 한계가 있으며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공로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와 관련, 국민의 대립과 반목 등 적잖은 문제를 던졌다. 그가 추진한 햇볕정책은 평화의 공로와 별개로 퍼주기 논란을 야기했다.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비밀리에 전달한 거액은 남북 관계의 정립에 되레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이번 그의 방북에도 모종의 대가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도 그의 선물 보따리를 기대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햇볕정책이 이념 대립을 가져온 까닭은 국민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DJ의 방북 목적과 역할은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분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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