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28일 전격 구속수감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비자금 용처 규명과 로비 수사라는 '투 트랙'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수사가 현대차 그룹의 내부 비리를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면 비자금 용처 및 로비 수사는 정·관계 등 그룹 외부와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비자금 용처 수사는 철저히 장기간 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말해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함을 암시했다.
◇ 1천200억 비자금 행방은= 검찰은 1개월에 걸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6개 계열사를 이용해 모두 1천200억원 정도의 비자금을 만들어 횡령한 혐의를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비자금이 쓰인 구체적인 용도는 일부만 밝혀냈다. 어떤 계열사가 몇년도에 얼마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얼마가 빠져나갔는지만 대략 파악된 상태여서 전체 비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히는 것이 첫번째 임무다.
검찰은 비자금이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자금과 김재록·김동훈씨를 통한 각종 로비, 노조 관리와 각종 접대비에도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를 증거를 통해 입증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검찰은 정 회장 진술 보다 이미 확보된 증거들과 임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 회장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을 구속시키기까지 임직원들에 대한 처리를 뒤로 미룬 것도 정 회장이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재록씨 로비 수사에서 시작된 현대차그룹 수사가 '가지'에서 '나무'로 급변했듯이 비자금 용처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검찰의 칼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을 겨눌 수도 있다.
특히 현대차 그룹 비자금은 17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02년 9월~12월에 가장 많이 조성돼 대선을 앞둔 시기에 금고에서 집중적으로 빠져 나간 부분은 정치권 전체를 강타할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때 빠져나간 돈이 2002년 대선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 정치권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로비수사는 '동전 양면' = 비자금 용처 수사와 로비 수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사실상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현대차 그룹 운영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사업 확장 및 부채탕감과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현대차의 로비를 받은 인물이 누구인지, 로비를 통해 불법적인 거래나 사업 확장 등은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검찰로서는 현대차 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규명하고 김재록씨를 통한 기업인수 로비와 김동훈씨를 통한 부실기업 부채탕감 로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해 불법 자금을 받은 사람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중국 제2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과잉공급 을 우려한 베이징시(市)측이 신규 공장 설립 허가를 꺼려 공장 착공이 난항을 겪었던 점에 비춰 비자금이 중국 관료들에게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하지만 수뢰죄를 극형으로 처벌하는 중국 사정을 감안할 때 검찰이 이런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경우 중국과 외교 마찰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어 세간의 의혹 이 모두 규명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의 비자금 용처 수사는 정관계를 포함한 그룹 외부를 무차별적으로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검찰은 불법적인 로비가 드러나면 원칙에 따라 사법처리 한다는 방침이어서 거물급 인사들이 조만간 무더기로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불안과 유가 급상승 등 경제위기론이 득세한 상황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정 회장을 구속키로 결단한 만큼 로비의 한 축인 현대차만 처벌하고 다른 한 축인 '로비 대상'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반 쪽짜리 수사가 된다는 점에서 검찰의 남은 수사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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