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경제통합 포럼이 어제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지역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한마음으로 대구'경북 경제통합에 동참할 뜻을 밝힌 자리였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희망의 싹이 보인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지역경제의 병이 얼마나 깊으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리더십이 얼마나 부족하면, 각계 인사들이 지역경제를 살리자고 팔 걷고 나섰을까.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부럽다. 그저께 파주 LG필립스LCD 공장 준공식에서 손학규 경기지사의 측근은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으로 30년간 서울시민이 즐길 거리를 만들었다면, 손 지사는 파주 LCD 단지로 경기도민이 30년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까지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라며 손 지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구'경북은 이 시장이나 손 지사 같은 안목과 리더십,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를 갖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다른 지자체들이 달음박질을 하는 동안 대구'경북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치고 말았다. 대구'경북 경제통합 논의가 촉발된 계기는 구미 LG필립스LCD 공장의 파주 이전 결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전 결정 당시 책임자들이 한나라당 경북지사와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대구'경북의 불운이 과거 10년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경제통합 논의는 리더십 부재와 더불어 반목과 대립으로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대구의 중추 관리 기능이 갈수록 위축되면서 수도권과 부산권으로 경북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구가 '경북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추 관리 기능을 상실한 대구는 경북의 베드타운 역할밖에 할 게 없다. 경북 역시 우수인력과 연구개발 기능의 뒷받침이 없으면 단순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통합 포럼도 좋고, 위원회도 좋다.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될 단체장이 이에 대한 안목이 없다면 모든 논의는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채찍질을 해서라도 경제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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