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고위 간부의 실명을 쓰면서 부유층 여성과 유명 탤런트를 속이고 수억원을 챙겨 사기혐의로 30일 구속된 최모(56)씨.
최씨는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인물이 국정원 고위 간부로 재직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철저히 위장했다.
그는 부유층 여성을 만나 서울대 법대 출신에 사법고시를 최우수 성적으로 합격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경제비서관으로 스카우트됐고 김대중 정부에선 국정원 고위 간부로 발탁됐다는 그럴 듯한 이력을 꾸며댔다.
물론 자신의 집안 내력도 거짓말로 꾸며댔다. 할아버지가 유명 기업 창업주였고 동생들은 국회의원과 유력 기업 사장, 부장검사에다 아들이 현직 검사라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최씨가 이들을 속이려고 동원한 거짓말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의 끝자를 딴 법무법인을 설립했다고 속였는가 하면 장애를 앓고 있는 실제 아들을 데리고 나와 "친아들 외에도 장애인 2명을 더 입양했고 장애인 복지 사업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
피해자와 함께 자신의 이름과 같은 강남의 한 도로를 지나면서 "사업을 크게 하시던 할아버지가 도로를 내면서 손자인 나를 위해 도로 이름을 지었다"고 꾸며대기도 했다.
웬만한 기업의 창업 내력을 훤히 꿰고 있던 최씨의 말을 믿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다.
환심을 산 최씨는 권력과 친분을 과시하며 "투자처가 있는데 투자하면 수배의 이익을 남기게 해주겠다", "급한 돈이 필요한데 수일 내로 갚겠다"고 속여 200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유명 중견탤런트 A씨 등 2명에게 8억여원을 받았다.
2001년 골프를 치다 우연히 만난 A씨에겐 A씨가 1967년 청와대로 초청받아 방문한 일까지 들춰내며 "당시 내가 최연소 검사였는데 당신의 신원조회를 담당했었다"고 속이기도 했다.
그러나 1967년 당시 최씨의 나이는 16세에 불과했고 이를 나중에 안 A씨는 경찰에서 더 억울해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현재 자신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명함까지 갖고 다녔지만 최씨가 사칭했던 실제 국정원 고위 간부는 사법고시에 합격하지도 않았고 법조계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최씨를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사칭한 국정원 고위 간부가 인터넷 인물검색 등을 통해 쉽게 이력을 알 수 있는 인물인데도 피해자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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