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과 들을 노랗게 물들이는 민들레 꽃이 씨가 마를 지경에 놓였다. 민들레는 얼마전까지 만해도 흔한 들꽃이었지만 꽃잎차가 웰빙식품으로 등장하고, 민간요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장사꾼들이 농촌 장터나 마을을 돌며 매집하고, 주말 행락객들이 무차별 채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5일장인 경남 합천읍 초계·삼가장터 합동정류장 입구에서는 장날마다 장사꾼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할머니들의 나물 보따리를 먼저 낚아채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할머니들이 주변 산에서 채취한 민들레를 장에 팔려오기 때문. 한보따리에 2만, 3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지만 매집꾼들은 트럭을 동원해 마을을 돌며 민들레를 거둬들이고 있다.
민들레 열풍이 불자 합천군에서는 가회면 황매산 군립공원에 자생하는 민들레 군락지 보호에 나섰다. 인근 주민과 행락객들이 몰래 캐가면서 15만여 평에 철쭉과 함께 널린 민들레가 몇년 전부터 면적이 크게 줄어든 것. 이에 따라 합천군 관광개발사업소와 황매산보존회는 민들레 군락지 보호를 위해 2명의 감시원을 배치했다.
한의사 김태열(42) 씨는 "민들레만을 약재로 쓰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며 "잘못된 상식이 알려지면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합천자연학교 황세경 교장은 "채취꾼들이 잎만 뜯는 것이 아니라 뿌리 째 캐 씨를 말리고 있다."며 "아이들의 자연학습과 정서함양 등에 큰 도움이 되는 자연자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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