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강문숙 作 '소나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소나기

강문숙

남김없이 쏟아내고 싶었어.

천 년 동굴 속의 이무기처럼 내 오늘을

기다렸어. 비굴하게 휘어지지 않고

수직으로, 혹은 빗금으로 단호하게

내리꽂히고 싶었어.

네 속살이 빨갛게 부풀도록

잠들었던 풀잎이 다시 깨어나도록

온몸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어.

마른 길 골라 다니며

잘도 피해 가던 발 빠른 벌레들,

눈앞이 아찔하게 뭉개버리고 싶었어.

여름 오후, 단호한 선언문처럼 쏟아지는 소나기.

나는 이 막무가내의 단순함에 복종하고 싶다.

우리는 '마른 길 골라 다니며/ 잘도 피해 가던 발 빠른 벌레들'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삶의 기법을 이른바 '처세술'이라며 위안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상은 굴절되지 않은 삶, '비굴하게 휘어지지 않'는 삶이었지요. 소나기처럼 '수직으로' 혹은 '빗금으로 단호하게/ 내리꽂히'는 삶이었지요. 그런 삶의 실천이야말로 '잠들었던 풀잎이 다시 깨어나도록' 할 수 있음도 충분히 알고 있지요. 약삭빠른 몸짓으로야 마른 잎 하나 움직일 수 없겠지요.

이 여름 오후, 우리는 진심으로 '복종하고 싶' 은 '막무가내의 단순함'을 실천하는 그 누군가를 기대하며 투표했을 것입니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성동구청장 시절 해외 출장에 대해 여직원의 성별이 남성으로 조작되었다고 주장하...
정부는 중동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이를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국...
대구 북구 칠성동의 잠수교 아래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시신이 담긴 캐리어가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인천에서는 필로폰을 투약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