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에서 보면 공짜, 밖에서 보면 5천만원?"

"월드컵 전파사용료 내라"…'호프집 응원' 못하나?

대구 남구의 한 성당은 교회앞 공원에 대형스크린을 설치, 월드컵 기간 중 우리나라 대표팀 경기를 동네주민들과 함께 보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성당 사람들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야외에서 TV를 통해 월드컵경기를 볼 경우 방송권료(퍼블릭 뷰잉권)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성당 한 관계자는 "전파사용료를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하는지 궁금해 얼마 전 방송협회에 문의해보니 최고 5천만 원까지 방송권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격이 너무 비싸 야외응원을 할지 안 할지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내 동성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5) 씨도 "손님들에게 월드컵 경기를 시청케 하기 위해 대형TV를 설치했는데 전파사용료를 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부터 한국만의 응원 대명사격으로 자리 잡은 길거리응원이 FIFA의 중계권료 요구로 인해 자칫 움츠러들 위기를 낳고 있다. 야외에서 대형 전광판, 스크린, TV를 통해 월드컵경기를 시청할 경우 행사장 크기에 따라 500만~5천만 원의 방송권료를 물어야한다는 규정 때문.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 민영동 기획조사팀 차장은 "비싼 돈을 내고 중계권을 구입한 방송권자 보호를 위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월드컵 집단시청의 경우, 반드시 방송권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어디까지를 영리 목적으로 볼 것인가", "집에서 보면 공짜고 밖에서 보면 5천만 원이냐", "회사마당에서 직원들과 빔 프로젝트로 경기를 보는데도 돈을 내야 하느냐."는 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답변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기관의 반응이다. 방송협회의 월드컵 중계권대행을 맡고 있는 SNE미디어마케팅은 최근 FIFA에 영리목적의 범위에 대해 질의했으나 구체적인 유권해석을 받지 못한 상태.

이 업체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나 대기업이 주관하는 거리 응원전은 홍보 등의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적정비용을 내야 한다."며 "하지만 호프집, 일반단체 등의 소규모 응원은 아직까지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토고전은 대구 수성구 범어 네거리, 프랑스와 스위스전은 수성구 월드컵경기장 서편광장 및 달서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대형전광판을 통해 경기중계를 계획하고 있는 대구시 경우, 한 경기, 한 장소당 1천500만 원씩 등 모두 6천만 원의 방송권료를 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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