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우리당, 비대위 인선 '옥신각신'

열린우리당의 과도체제를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막바지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비대위 인선을 주관하는 '8인 인선위'가 중진그룹 중심의 비대위 구성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데 대해 일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최종 낙점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인선위는 당초 이날 오전 9시 2차회의를 열어 인선안을 최종 확정하려던 계획을 오후 5시로 늦추는 등 지도부 공백상태에서 의사결정과정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이용희(李龍熙) 위원장은 오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을 만나 광범위하게 여론을 들을 것"이라고 말하고, 인선기준에 대해서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전날 이 위원장이 밝힌 인선 구상을 둘러싼 당내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자 일단 '시간벌기'에 나선 셈이다.

무엇보다도 "15명이라는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시국을 맞아 당의 구심력을 강화해야 할 마당에 지도부 숫자를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원내 당직자는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구심력을 찾고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8명 이내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계파들 불만을 잠재우려고 무작정 숫자부터 늘려놓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상황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상임위(집행기구)'와 '15인 협의체(의결기구)'의 이중구조라는 지적도 그 연장선에서 제기되고 있다. 의사결정과 집행의 효율성을 기하려면 단일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특히 김근태 체제의 구심력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재야파 쪽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초·재선 배제 움직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우리당은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좀 더 유연하고 폭넓은 시각을 갖춘 초·재선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부영(李富榮) 전 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젊은 사람들이 상임위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김근태 비대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당내 일각의 부정적 시각도 인선작업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선위 소속 김덕규(金德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좌파라는 국민의 오해를 풀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건(柳在乾) 의원도 "많은 의원들이 김근태 비대위원장 내정에 분개하더라. 더 의견을 조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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