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예술대학교 이성근 총장과 곤드레밥

해외유학은 예나 지금이나 당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뜻한 바 결심이 굳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1960년대 대학재학 시절 정치활동 금지인물로 낙인찍혀 출국마저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다행히 지인의 도움을 얻어 필리핀을 거쳐 일본 도쿄대학에서 국제 정치학을 전공하고 귀국한 사람이 있습니다.

대구예술대학교 이성근(68) 총장. 젊어서부터 난관을 스스로 헤쳐 나가며 공부를 했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견문도 넓혔습니다. 그를 만나 일본과 중국의 음식문화와 CEO로서의 대학총장의 역할에 대해 들어봅니다.

이 총장을 만난 곳은 칠곡 동명에 있는 '원조 황토오리'집. 이 집 메뉴 중 곤드레밥을 즐겨 1주일에 한번쯤은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음식차림에 정성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곤드레 나물도 강원도 산지에서 직접 구매해 오고 각종 젓갈류나 밑반찬, 양념류도 전국에서 소문난 곳을 찾아 주문합니다."

맛도 맛이려니와 주인의 열성과 자기개발이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이 총장은 지역 음식점 사정에 대해서도 밝았다.

"된장찌개만 해도 대구 음식점은 집집마다 독특한 맛을 냅니다.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아요. 전통방식으로 담그는 집이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미식가는 타고나기보다 풍부한 맛 경험에서 나온다고 할 때 그는 단연 미식가다. 선친이 좋아하던 식성을 따라 육회를 즐기며 곰삭은 젓갈을 선호한다. 오랜 전 김제 강연 때 맛본 새까만 석화젓 맛에 반해 서울에서 그렇게 찾아 다녀도 결국 그 맛을 구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는 그는 요즘도 맛있는 젓갈을 손수 구입해 먹기도 한다.

일본 유학시절 '덴뿌라'로 유명한 오사카에서 겪은 일.

즉석 튀김 덴뿌라를 주문해서 먹는데 요리사가 자꾸 "맛있느냐?"고 물었다. 처음 몇 번은 맛있다고 대답했음에도 자꾸 되묻는 바람에 "왜 그러느냐?"고 하니 자기네 덴뿌라가 세계 최고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 총장은 속으로 '어째서 너희 덴뿌라가 최고냐' 의문이 들었던 차에(덴뿌라의 어원은 포르투갈어이다) 한참이 지나 국내에서 포르투갈 대사를 만난 김에 이에 대해 물었다.

17C 일본과 교역하던 포르투갈 상인들은 일본 현지에서 맞는 굿 프라이데이(성 금요일), 즉 예수 고난의 날을 기념해 육식을 금한 대신 생선튀김 요리를 먹게 됐다. 그래서 목요일 저녁마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덩 프라(내일 먹을 생선튀김을 준비할 시간이야)"를 외쳤고 일본인들이 이를 모방하면서 오늘날 덴뿌라가 생겨난 것이다.

서양식 튀김요리인 돈가스도 원래는 커틀릿(cutlet)인데 이를 일본에서 '가쓰레쓰'로 불렀고 돼지고기를 튀긴 포크 가쓰레쓰가 돈가스의 전신이 됐다.

"외국 문물을 큰 거부감 없이 바로 실용한 점이 일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런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너무나 많은 전통 음식이 있다. 대학의 조리학과 활성화 등을 통해 이를 개발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음식문화의 지구화(globalization)가 이뤄지면 한국을 찾았던 외국관광객들의 '헝그리 투어(hungery tour)'라는 오명도 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배재대학(대전)과 한성대학(서울) 등을 거쳐 올해로 대구예술대 총장 3년째인 그는 총장경력만 18년인 베테랑 CEO총장이다. 취임 후 특성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능과 학문적 뒷받침을 동시에 갖추는 대학교육에 힘써 왔다. 실용음악과와 산업디자인학과 등의 활성화와 예술행정과의 신설이 그 결실이다.

"메이저 대학이든 마이너 대학이든 특성화와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존속하기 힘든 것이 요즘 대학의 현실입니다. 자전거는 열심히 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넘어집니다. 작지만 특성화된 우리 대학도 실용성과 이론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미래(취업)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오는 8월 임기만료로 관선이사진과 의견마찰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이너 대학의 방향을 강조한 이 총장의 마지막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조황토오리

칠곡 동명 금암리 동명네거리에서 파계사 방향 약 100m 오른쪽에 있는 원조 황토오리집은 황토오리와 함께 곤드레밥이 인기 메뉴이다.

곤드레 나물은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독성이 없어 많이 먹어도 얼굴이 붓는 것과 같은 부작용이 없어 보릿고개 시절 구황식물로 각광을 받았다. 이 집은 매년 5월말에서 6월초가 제철인 곤드레 나물을 강원도 정선, 평창, 영월 등 산지에서 1년치를 들여온다.

삶은 뒤 기름과 소금을 무쳐 밥과 함께 1인분씩 돌솥에 지어내는 곤드레 밥은 밥알에 노란 물이 배어나 향이 강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 막장과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마지막에 돌솥에 남은 누룽지 맛도 일품이다. 1인분에 1만원.

문의: 054)976-1770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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