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閣僚(각료)들에게 '한 수' 가르쳤다.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에 있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발언이 국회에서 공박을 당한 아이템을 가지고 장관들의 소신 있는 답변을 주문했다. "그럼 북한을 목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이냐" "의원님께서는 지금 우리가 북한의 목을 졸라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모범 답안'까지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싱거운 소리 한번 할까요"라며 話頭(화두)를 꺼내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한국의 각료들은 국회에 가서 혼이 나야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회가 혼을 내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국회가 스스로가 좀 달라져야 되지만, 정부 각료들도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정책은 말로써 설명하는 것"이라며 말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통일부장관의 국회 발언을 TV를 통해서 봤다고 한다. 懸案(현안)을 다룬 국회상임위 시청 결과물은 현안에 대한 대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소신과 화법' 강의로 나타난 것이다. 장관의 발언을 분석하고 모범답안까지 제시해 줄 만큼 대통령이 여유가 있어 국민이 신뢰할까. 대통령의 여유처럼 국민도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좋은 나라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들끓는 對北(대북) 정책 실패론은 노 대통령의 화법 강좌 한 판으로 희석되는 듯한 양상이다. 북한을 끼고 돌다가 북한에 뒤통수를 맞는 정도가 아니라 보호령처럼 취급당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대미 동맹 관계 균열 조짐을 비롯한 다방면의 외교 난맥상이 국가 장래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시점인데 말의 기법으로, 또는 엉뚱한 전선 만들기로 넘어갈 상황인지.
○…미국에선 벌써 2008년 대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捲土重來(권토중래)를 노리는 민주당은 24일 민주당지도부위원회(DLC) 연례회의를 열어 중산층 강화와 빈곤층 지원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 계획을 밝혔다. 민생이 초점이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유력한 대권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집권 공화당은 미국인 대부분을 무시하고, 조국을 파산시키고 있다"고 맹공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아메리칸 드림이야, 얼간아(It's the American dream, stupid)'라는 구호를 내놓았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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