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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박병영 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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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박병영

장맛비에

쓰러진 오이줄기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햇살 속에서 몸부림이다

마른 나뭇가지

그 옆에 꽂아 주었더니

줄기 푸르게 세우며 일어서기 시작한다

죽음을 타고 오르는 저 푸른 줄기,

죽음이 낳고 있는 새 생명이다.

흙이,

수천 도의 불 속에서 스스로 생명 지운 뒤

항아리로 태어나듯

목숨 없는 나뭇가지 하나가

오이줄기를

온몸으로 감아올리고 있다

죽어서 오이줄기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장맛비에 오이줄기가 쓰러져 있다. 비는 생명을 키우기도 하지만 이렇듯 쓰러뜨리기도 한다. 쓰러진 오이 줄기 옆에 '마른 나뭇가지/ 그 옆에 꽂아 주었더니/ 줄기 푸르게 세우며 일어서기 시작한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죽은 나뭇가지'가 죽어가는 '오이줄기'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이것은 마치 흙이 '수천 도의 불'로 '스스로의 생명 지운 뒤'에 다시 '항아리'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죽음'은 삶의 무대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남이 아니겠는가.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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