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백두산과 인삼

백두산을 송두리째 제 것으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속셈이 엉큼하기 짝이 없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소위'東北工程(동북공정)'으로 역사 조작도 서슴지 않는 중국이 이번엔 백두산, 중국명 長白山(창바이산)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World Geopark)'에 등재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08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시키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니 기가 찬다.

○…백두산의 절반가량이 이미 중국 영토가 돼 버린 탓에 중국만 원망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중국은 변방인 그곳에 공항과 고속도로, 순환도로 등을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인의 聖地(성지)인 백두산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겠다는 속셈, 그리고 국제사회에 백두산 소유권이 중국에 있음을 인식시키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뿐인가, 세계 인삼시장 정복도 노리고 있다. 백두산 일대 3개 현에서 나는 인삼을 '창바이산 인삼'이라는 품질 증명 상표로 등록시키고 재배 및 생산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3~5년 안에 세계 최고급 브랜드로 키우는 동시에 인삼 재배를 吉林(지린)성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제 시장에서 '인삼'은 '진셍'이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통용돼 '고려 인삼'은 '코리아 진셍(Korea Ginseng)'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게다가 이젠 중국 인삼마저 장차 '명품 인삼'으로 고려 인삼을 제치고 인삼 최강자가 되겠다는 거다. 작년 기준 중국삼 생산량은 5만 2천t으로 세계 인삼 생산량의 67%를 차지, 1만 6천t의 우리나라를 한참 앞질렀다. 그럼에도 한국이 2조 원 규모의 세계 인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최상품 경우 중국보다 10배나 비쌀 만큼 탁월한 품질 덕분이다.

○…값싼 중국산 식품이 쏟아져 들어와도 우리 땅에선 전혀 발 못 붙이는 게 중국삼이다. "인삼 같지도 않은게…"라며 눈길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이 야심차게 '창바이산 인삼'을 크게 업그레이드시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고려 인삼'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천방지축으로 국제사회와 버성기는 사이 중국은 우리의 영산 백두산과 인삼까지 야금야금 실리 챙기기에 바쁘다. 오호라…!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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