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어른들의 가출

'세계가 넓다고 하지만, 나에겐 내 집같이 아늑한 곳이 없다. 그곳은 간섭도 없고 구속이 없는 절대의 安樂境(안락경)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인 로버트 번스의 가정 예찬이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도 집을 '평화의 장소이며, 모든 危害(위해)로부터의 피난처일 뿐 아니라, 모든 공포와 의혹의 분열로부터의 피난처'라 했다. 가정은 이같이 보호해 주는 부모가 있고, 온기 넘치는 사랑이 있는 곳이다.

○…인간뿐 아니라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가정은 날이 갈수록 심하게 흔들린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생활의 어려움, 늘어나는 離婚(이혼) 탓에 그 둥지가 파헤쳐지고 있다. 가족 동반 자살, 자녀 방치, 家出(가출) 등으로 雪上加霜(설상가상) 가정의 건강도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참된 평화와 안락을 잃어 가는 게 오늘의 세상 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른들의 가출이 청소년보다도 훨씬 많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에서 올 들어 가출한 사람은 모두 1천504명으로, 이 가운데 무려 74.2%나 되는 1천116명이 成人(성인)이다. 이들 중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51.8%로 절반 수준인 모양이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숫자를 포함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일지….

○…영남가정폭력상담소도 올 상반기 동안 상담을 한 건수가 1천399건이며,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했다. 또 이들 여성은 대개 가출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다. 폭력 등 가정불화가 가출의 가장 큰 원인이며, 여성들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안타깝다. 성인, 특히 여성의 가출은 가정 解體(해체)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지 않은가. 더구나 청소년 가출을 우려해야 할 어른들이 이 지경이니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며 마지막 堡壘(보루)임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가정이 허물어지면 사회나 국가가 온전할 수 없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가정 경영의 핵심은 가족의 행복이며, 이는 가족에 대한 관심과 사랑, 따뜻한 대화가 필수적이다. 가정 해체는 재정 지출 증가와 범죄 등을 불러 사회 비용이 늘어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어른들부터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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