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출신 한나라 당직 의원들 '골프 기피증'

여론재판에 남다른 경계심

대구·경북 출신 한나라당 당직자들 사이에 골프 기피증이 생겼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수해골프 사건도 그렇지만 골프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더욱 골프채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임기 동안에는 골프를 치지 않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골퍼였지만 실력이 상당한데다 워낙 골프를 좋아해 원내대표를 할 때에도 짬을 내 골프를 즐겼던 그다.

강 대표는 이날 "취임 한 달에 남은 것은 바쁜 스케줄을 챙기다 빠진 허리살과 수북히 쌓인 골프백 위의 먼지"라며 "수재민, 불황에 시달리는 서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는 차원에서 임기 내 골프를 금지하는 것을 주변 인사들과 여러 차례 상의했다."고 말했다.

김성조(구미갑) 전략기획본부장도 최근 골프를 자제하고 있다. 주요 당직이라서 골프 약속이 자주 들어왔지만 대부분 취소했고 보좌진들에게까지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이병석(포항북) 원내수석부대표와 이명규(대구 북갑)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주호영(대구 수성을) 원내공보부대표도 골프라고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당무에 바빠 골프 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최근 분위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당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태환 전 사무부총장의 경우 임기가 끝나면 미뤄뒀던 골프를 몰아 칠 생각이었지만 임기 끝난 뒤 1개월이 흘렀지만 거의 필드에 서질 못했다. 17대 국회 초반기 '골프장 사건'을 치른 터라 수해골프에 대한 여론재판에 남다른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것.

이같은 골프기피 현상에 대해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당내 분위기도 혼합돼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은 영남당', '병참기지론' 등 수 많은 비판이 아직까지도 지역 정치권을 겨냥해 잠복해 있는 상황"이라며 "논란의 꺼리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일부분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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