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글로벌 대학

요즘 세계 프로 레슬링계에 하버드대 출신의 레슬러 한 명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크리스 노윈스키. 본명이 크리스토프 존 노윈스키로 신인 발굴 프로그램에서 2등으로 데뷔했다. 山戰水戰(산전수전) 다 겪은 무시무시한 선수들이 포진한 이 바닥에서 아직 이렇다할 경력이 없는 초짜. 그럼에도 주눅은커녕 오히려 큰소리 땅땅 친다. "난 멍청한 당신들과는 달라. 난 하버드 출신이거든". 졸지에 '멍청이'가 돼버린 다른 레슬러들은 노윈스키를 두고 이렇게 수군거린다고 한다. "하버드를 졸업한 거만한 기믹(선수 캐릭터)"이라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발표한 100대 글로벌 대학에서 하버드대가 1위를 차지했다. 2위 스탠퍼드, 3위 예일, 4위 캘리포니아 공대, 5위 UC버클리…등. 상위 10위권에 영국의 케임브리지(6위)와 옥스퍼드(8위)를 제외한 8개 대학이 미국 대학들이다. 대학의 開放性(개방성)과 다양성'연구 성과 등을 기준으로 정했다고 한다.

○…100대 글로벌 대학에 아쉽게도 한국 대학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아시아에서는 역시 일본이다. 도쿄대(16위)를 위시해 지방대학인 교토대(29위), 오사카대(57위), 도호쿠대(68위), 나고야대(94위) 등 5개 대학이 들어 있다. 손바닥만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각각 2개 대학씩 선정됐다.

○…세계 각국의 이름조차 생소한 대학들이 즐비한 거기에 한국은 없다. "우리는 어떻게 돼도 괜찮으니 일류 대학에만 들어가 다오." '극성'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할 만큼 자식 교육에 인생 전체를 거는 부모들. 새벽별 보고 집을 나서 별을 이고 집에 돌아오는, 청소년기를 잃어버린 청소년들. 그 천문학적 액수의 사교육비는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우리의 교육열은 결국 우물안 개구리식 自滿(자만)에 불과한 것인가.

○…지금의 우리 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한 교육이다. 단 한 번의 관문을 요령 좋게 패스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다. 논술시험용 책 외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세대다. 다양한 취미생활은 꿈도 못 꾼다. 점수 따기 기계가 된 청소년들에게선 思考(사고)하는 힘도 창의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대학들이 이들에게 미래의 비전(vision)을 심어주고 기꺼이 그 거름 역할을 하지 않는 한 글로벌 대학의 탄생은 요원하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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