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 하느니만 못한 '홍보비서관 해명'

청와대가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을 해명했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 중 하나인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한 인터넷신문에 낸 기고문을 통해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명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유 전 차관이 주장하는 인사 청탁 압력에 대한 반박이 엉뚱한 논리와 자기모순으로 꽉 차 있다. 마치 뒤로는 딴 짓을 해 놓고, 남들 앞에서는 안면을 싹 바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열 올리는 적반하장 격이다.

우선 양 비서관은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있다. 올 3월 개정한 중앙인사위 지침은 '주무 부처 또는 임명권자와 관련된 자'는 후보자 추천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실에서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보수석실이 유 전 차관과 아리랑TV 부사장 자리를 두고 몇 차례 상의했다고 밝힌 것은 명백한 위반인 것이다. 아무리 '상의'든 '협의'라 하든 홍보수석실이 특정인을 문화부에 계속 언급한 자체가 원칙을 벗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청와대와 부처가 인사 문제를 수시로 협의한다고 밝혔다. 그게 뭐가 잘못이냐는 투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리랑TV와 영상자료원 말고도 문화부 산하 기관의 인사 문제에 얼마나 많은 '상의' '협의'가 있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 비서관은 또 '서로 하고 싶어하는 차관을 6개월이나 했는데 무슨 불만이냐, 정부 수립 후 바뀐 차관 700여 명 중 6개월 못한 사람이 100여 명이다'는 투로 유 전 차관을 조롱하고 있다. 더 나아가 '언론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드는 것은 대통령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 효자동 강아지가 청와대를 보고 짖기만 해도 정권 흔들기에 악용하는 심보냐'는 질 낮은 표현을 썼다. 청와대 수준이 이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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