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된다는 사회편견 때문에 홀로서기 쉽지 않아요"

장애아동 취업 동분서주 권혁미 경주경희학교 교사

영화 '마라톤'은 자폐아 초원이의 힘겨운 홀로서기와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선 부모의 눈물겨운 헌신으로 많은 감동을 줬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사에서 '영화 그 후'를 다뤄 새로 주목받고 있다. 초원이가 직장에 취업을 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장애아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초원이는 또다시 '긴 달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초원이의 경우처럼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자식의 '독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이 선행조건인데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다.

권혁미(42·여) 경주 경희학교 교사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뛰고 있는 공립 특수학교 교사 중 한 명이다. 권 교사는 교내 진로직업부장을 맡고 있다.

"1, 2주 일을 시켜보고 '안 된다'고 판단해 버리는 분들이 많아요.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일을 가르쳐 주시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아실텐데요."

권 교사는 특수교육에 18년간 몸담아 왔다. 대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일반 중학교 특수학급 교사로 교직에 발을 들인 후 경북도내 공립 특수학교인 상주 상희학교를 거쳐 현재 경주 경희학교에 몸담고 있다.

경희학교는 취업 준비반 격인 '전공과'를 운영해 신체·정신 장애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이 전공과에서 2년간 취업 실습과 준비교육을 받게 된다.

권 교사는 "예전에는 작업 능률도 떨어지고 대인 관계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꺼리는 업체들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꾀 부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솜씨가 좋다.'며 방학 중에도 추가로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현재 경희학교 전공과 학생 26명 중 10여 명이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등으로 실습이나 취업을 나가고 있다. 단순 작업이 대부분이다.

권 교사는 직장을 잡은 제자들과 매주 연락을 하고 직접 업체들을 뛰어다니며 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는 "그 동안 보호만 받아오다 비장애인들과 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자들의 독립을 위해서는 때론 모질 수밖에 없다. 권 교사는 "취업할 곳이 없느냐고 간곡히 요청하는 부모님들을 보면 최소한 '취업됐다가 돌아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고 말했다. 학생을 추천했다가 업체에서 요구하는 조건과 맞지 않아 거부 의사를 학부모에게 전해야 할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

그를 기억하는 제자들도 많다.올해 스무 살이 된 한 제자는 2년째 경주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수시로 보내올 정도로 정이 많다. 권 교사는 취업을 할 정도의 학생들은 일상생활에 거의 무리가 없다고 했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도 취업입니다. 장애 학생들의 취업을 장애아 개인이나 학부모만의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체에 홍보를 하고 고용 인센티브를 높여주는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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