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구 자전거 일주 대학생 신재용·정훈화 군

참 바르다. 신재용(19·한국외국어대 1년) 군과 정훈화(19·경찰대 1년) 군을 만났을 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느낌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왠지 요즘 신세대들하고는 많이 달랐다. '애 늙은이'란 표현이 맞을까. 신 군은 "주위 친구들도 좀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멋쩍어했다. 굳이 자신들을 소개한다면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란다.

얼마 전 경험했던 여행담을 듣자 이들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난 7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4박5일 동안 이들은 덩그러니 자전거만 믿고 서울시청~대구시청을 일주하는 여행을 감행했다. "친구들이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들도 위험하다며 반대가 심했죠. 그래도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잖아요." 장마가 막 그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던 때라 주위의 걱정은 더했다. 하지만 이들은 무모하게(?) 여행을 떠났다. "우리나라 대학생으로서 국토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방학동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매일 8시간, 100㎞를 자전거로 달렸다.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라 뜻하지 않은 어려움도 많았다. 여행 첫날밤 용인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용인에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라 야영할 때가 없더라고요. 여기저기를 헤매다 동네에 있는 트렘블린 위에서 침낭을 깔고 잤죠. 모기도 많이 물리고 너무 더워서 잠도 여러 차례 깼어요." 이들은 "우리나라엔 야영할 만한 곳이 너무 없는 것 같다."며 투덜댔다. 할 수 없이 둘째 날부터 여관을 잡았다.

이들은 독했다. 용인, 천안, 대전, 김천 등 매일 거점을 잡아 계획대로 도착하지 않으면 잠도 자지않는 걸로 마음먹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서로 짜증도 많이 냈죠.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수시로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 시작한 일이라 끝을 보고 싶었죠." 국도를 따라갔던 그들은 무엇보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위험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왜관 쪽에는 갓길이 너무 부실해 차로를 넘다 마구 경음기를 울려대는 자동차들 때문에 정말 정신이 없었다.

고생길이었던 자전거 여행을 마친 뒤 이들에겐 '영광의 상처'가 남았다. "온몸이 새까맣게 타서 며칠 동안 껍질이 벗겨지더라고요. 그보다 허벅지가 예전보다 1.5배나 굵어져서 부모님들이 놀라시더라고요." 하지만 뭔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과 국토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낀 점은 이들을 마냥 웃음짓게 했다. "우리나라가 그처럼 아름다운 줄은 몰랐어요. 특히 금강이 파란 하늘과 맞닿을 때는 감격이 밀려오더라고요." 주위 친구들 사이에선 벌써 영웅으로 통한다.

이들은 자기만족을 위한 도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에게 봉사하는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정군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산타복을 입고 친구 6명과 함께 동성로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했다. "친구들과 모이면 그냥 의미없이 놀기보다는 뭔가 뜻 깊은 일을 하면서 놀자고 의논을 자주 하죠."

올 여름엔 친구 3명과 수해를 당한 평창에 무턱대고 가서 창고 정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신 군도 정 군 못지않다. 올 여름 9박10일 동안 학과 동기들과 함께 농촌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도 했다. 둘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몸으로 때우는 일은 문제 없다라고 덧붙였다.

신 군은 올 11월 해병대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사서 고생하기 위해서다. "어렸을 때부터 해병대에 가고 싶었죠. 이왕 군대에 갈 거면 좀 더 힘들고 험한 곳을 가고 싶었어요. 원래는 더 힘든 해병수색대에 가고 싶었는데 시력 탓에 자격이 안 되더라고요." 신 군은 다른 젊은이들과는 달리 군대에 대해 긍정적이다. 단순히 나라 사랑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야죠. 자전거를 타든 다른 특이한 방법으로 가든 남들처럼 가이드와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닌 실컷 고생하면서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하려고요."

도전은 아름답다. 이들 두 젊은이에겐 이 말이 단순히 미사여구처럼 들리지 않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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