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스웨덴 요한·네덜란드 다우워 씨 창녕 탐방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소주". 할 수 있는 한국어는 단 세 단어. 대구에 온 지 보름도 되지 않은 유럽 학생 둘이 매일신문사 주말팀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계명대학교 단기 교환학생으로 온 네덜란드인 반 덴 베르그 다우워(21.경제학3) 씨와 스웨덴인 런지비서 요한(24.경제학4) 씨. 둘 다 장대같다. 다우워는 197cm, 요한은 191cm. 마치 농구선수를 연상케한다. 4일 이들과 떠난 곳은 경남 창녕군 일대.

먼저 창녕군 교동고분군을 둘러봤다. 신라, 가야 등 고대국가가 있었을 당시 '비사벌'이라 불리던 이곳은 부족단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음을 보여주는 곳. 창녕박물관 조경화(32.여) 학예연구사가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해 설명을 해줬고 군 기획감사실 김명희(26.여) 공무원이 통역을 맡아 친철하게 설명해줬다.

둘은 옹기묘, 석관묘, 지석묘 등 다양한 형태의 무덤형태에 관심을 보였고 출토된 토기, 청동무기 등을 유심하게 살폈다. 요한은 옹기묘가 궁금했다. 항아리 두 개를 이용해 그 속에 시체를 넣고 어떻게 접합을 했는지도 궁금했던 것. 조 연구사가 어린이용, 어른용 등 몸에 맞도록 옹기를 구운 뒤 항아리 윗부분을 양쪽으로 붙이면 옹기관이 완성된다고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은 읍내 식당에서 곰탕, 추어탕으로 해결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라 모든게 신기하다. 식사를 하기 전 소주 한잔과 함께 먹은 안주는 돼지껍데기. 둘은 "쫀득쫀득하고 맛있다."며 음식이름을 물었다. "돼지껍데기(Pig's Skin)"라고 영어로 답해주자 인상이 있는대로 이그러진다. 요한은 "돼지 껍데기를 먹는 건 징그럽다."고 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우워는 "껍데기라도 맛만 있으면 괜찮다."며 "특히 추어탕의 얼큰하고 톡 쏘는 맛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공기밥을 말아서 땀을 흘려가며 국물까지 다 마셨다.

허기진 배를 채운 뒤 오후에 간 곳은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우포늪. 230만㎡의 규모와 350여 종의 희귀동식물이 살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늪은 두 유럽인에게 낯선 풍경이었다. 한국은 작은 나라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늪지대가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던 것.

다우워는 전망대에 올라 겨울철새인 노랑부리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그림을 보며 주걱처럼 생긴 특이한 부리로 물 속의 먹이를 찾는 게 흥미롭다고 했다. 요한은 전망대 망원경을 통해 우포늪 전체를 둘러보며 특히 동쪽 내버들 숲을 유심하게 관찰했다.

둘은 늪지대를 둘러보다 물가에서 노젓는 배를 발견하고 한번 타보기도 했다. 긴 대나무를 저어서 작은 나무배를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리 해봐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요한은 다우워를 태우고 잠시 노를 저어보더니 무섭다며 배에서 뛰쳐나왔다. 이내 뱃사공들이 유유히 배를 저어 우포늪 한가운데로 가자 "아하!"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구경을 마치고 가는 길에 우포늪 해설사의 인사는 둘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감사합니다."고 인사를 하자 "어~허!"라고 답했던 것. 요한은 '어~허!'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설명하기가 쉽잖다. "한국 어른들만의 독특한 감탄사로 대략 기분좋게 인사를 받아준 것"이라고 간신히 둘러대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재밌는 듯 연신 "어~허!"를 외쳐댔다.

오는 12월이면 1학기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두 유럽인. 하지만 한국에 온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떠난 이번 여행은 "평생 못잊을 추억"이라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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