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는 1988년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실제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인적이 드문 심야에 혼자 귀가하던 부인이 두 청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남자는 저항하는 여자에게 혀를 깨물려 혀끝이 잘려나간다. 청년 부모는 아들을 꼬드겨 귀한 자식을 병신으로 만든 '화냥년'이라고 비난하며 부인을 고소하였다. 결국 청년은 '강간치상죄'로, 여자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기소된다. 아내의 강간 사건으로 남편과 가족이 겪는 당혹감, 피해여성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조소 등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전근대적인 시각들이 고스란히 나열된다. 최후 변론에서 피해자의 변호사(손 숙분)의 변론이다. "피고인은 세 번 죽었습니다. 사건현장에서, 현장검증 때에, 그리고 법정에서."

며칠전 대구에서 일어난 여고생 성폭행살해사건은 모두를 경악케 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길에 오른 앳된 여고생을 유인하여 성폭행하고, 증거인멸을 위해 살해했다는 범인의 유창한 진술은 남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반사회적인 태도의 절정이었다.

성폭행 가해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들은 분노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보이는 충동조절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다.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여 자기 주장을 잘 하지 못하고, 대인관계가 어려워 고립되어 지내는 사람이 많다. 또한 남의 감정이나 권리를 쉽게 무시하고, 희생자를 어리석고 바보같은 사람으로 비난하고, 자신의 범행을 축소하기위해 그럴싸한 겉치레나 연극을 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자인 경우도 있다.

가해자 심리는 3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성폭행의 목적이 성적 흥분이 아니라 분노감 표출이나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기위함에 있는 분노형, 둘째 성적으로 상대방을 정복해서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권력형, 셋째 피해자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흥분을 느끼는 새디즘 유형이 있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 정신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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