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 배후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대특종을 낚은 전설적인 기자 밥 우드워드가 28일 미 CBS 방송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드워드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과 관련해 국민을 오도하고 있으며, 더욱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이라크가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키신저 역할론'에 불을 지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확고한 신념에 따라 몇몇 공화당 의원들과 백악관에서 이라크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설사 내 아내 로라와 애완견 바니만 남게 된다 해도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우드워드는 소개했다.
우드워드는 특히 키신저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최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 전 장관을 종종 만나고 있다."면서 "키신저가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우드워드는 나아가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과 관련해 "'승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의미 있는 탈출 전략'이라는 게 키신저의 분명한 메시지"라면서 "키신저는 베트남전쟁을 다시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퓌르트에서 출생한 키신저는 지난 1971년 7월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 닉슨의 중국방문과 대중 수교를 주도함으로써 소련을 고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1973년 1월 북베트남과 접촉,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탁월한 외교 역량을 보여 '외교의 교과서'로 통하고 있다. 우드워드의 주장처럼 부시 대통령이 반전 여론에도 불구, 이라크전에서 전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강공 일변도로 가는 데 키신저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키신저의 최근 발언을 보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키신저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2일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행한 '지하드' 발언으로 모슬렘이 집단 반발하는 파문을 일으킨 바로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에 동서 문명 간 전쟁의 위험을 일깨우는 기고문을 게재, 주목을 끌었다. 키신저는 기고문에서 무엇보다 "핵으로 무장한 중동의 부상에 따른 '문명 간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이 단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독교 문화를 가진 유럽과 미국의 대동단결론을 주창한 셈이다.
그는 나아가 지금 문명 간 충돌 도전의 중심에는 핵보유를 추진하는 이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란의 헤즈볼라 및 이라크 내 과격 시아파 지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지금 주권과 영토라는 국제 체제에 대한 잘 계획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헤즈볼라나 알 카에다 같은 무장단체는 국가를 뛰어넘는 충성이 국가에 대한 충성을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도전은 현 국제질서가 불법이라는 성전주의자들의 신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특히 "이라크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의 무모함과 유럽의 도피주의에 대한 논란은 핵으로 무장한 중동을 배경으로 한 한층 큰 문명 간 전쟁의 위험 앞에 수그러들고 있다."며 이라크전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지 못하면 전 세계적인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키신저의 이런 주장에 화답이라도 하듯 9·11테러 5주년인 지난 11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는 전 세계 수백만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 중에 있다."고 선언했다.
부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라크 전쟁은 문명 충돌로 불리는데 사실 문명을 위한 투쟁"이라며 "미국과 극단주의 세력 중 한쪽이 이길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슬람 파시즘'을 경고하는 부시의 잇단 발언이 키신저의 '문명 충돌론'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라면 전 세계에서의 미국 위상을 감안할 때 적어도 세계 평화와 화해라는 측면에선 여간 우려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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