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녀, 가슴이 막힌다…스트레스 받는 예비신부

핑크빛 설렘과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결혼. 그러나 예비신부들이 느끼는 감정은 미묘하다.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신부의 마음은 너나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예비신랑은 여전히 다정하고 잘해주는데…. '이 남자가 맞을까?'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닌데도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되고 이만교의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문득 생각나기도 한다. 결혼을 앞둔 신부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보자.

◆이 남자, 행복의 보증수표일까?

"잠이 안 올 정도로 고민됩니다. 이 남자가 제 행복을 책임져 줄 수 있을까요?"

이달 마지막주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박모(30.회사원) 씨의 마음은 우울모드다. 결혼날짜가 잡힌 이후 친구들만 만나면 "꼭 결혼해야 하나?", "나만 손해보는 것 아냐?"는 등 넋두리를 한다. 한 때 영화배우를 꿈꿨던 남자친구의 외모에 반한 탓에 사랑을 받기보다 주는 쪽에 익숙해져있기 때문. 박 씨는 "선물도 졸라서 받고, 데이트할 때도 장소를 정해 다 계획해야 남자친구가 나설 정도"라며 "서로 사랑하며 별 탈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선다."고 털어놨다.

이번 주에 결혼식을 하는 이모(27.여.공무원) 씨 역시 너무 잘 나가는 예비신랑이 의심스럽다. 연애기간이 짧았던 탓에 함께 만든 사랑의 추억도 적을 뿐 아니라 이 남자는 수많은 여성을 만나며 충분히 즐겼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 이 씨는 "혹시 이 남자가 남모를 연애사를 갖고 있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결혼과정도 오히려 허탈감을 더한다. "그동안 꿈꿔왔던 백마 탄 왕자가 영원히 사라져가는 이 아쉬움이란…." 이 씨의 말끌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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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부들의 이런 고민은 '우울 기분을 동반한 일시적 적응 장애'다. 결혼을 앞두고 신랑이 될 남자를 보면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고 그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막연한 의심이나 두려움보다 선택한 남자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혼을 앞두고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평균 2~3배 높다. 대부분 겪는 통과의례이니만큼 심각한 우울증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이종훈 대구가톨릭의료원 정신과 교수)

◆결혼 후 엄청난 변화, 두렵다.

"한 남자의 아내, 한 집안의 며느리, 한 아이의 어머니. 결혼으로 인한 변화들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이모(32.여) 씨. 하지만 벌써부터 혼수문제로 양가에서 삐걱거린다. 신랑측 부모들의 요구가 지나칠 뿐더러 간섭도 지나치기 때문. 특히 예비신랑이 시댁편을 들며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그는 "앞으로 시부모와의 갈등, 육아에 대한 부담 등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높아진다."고 불평했다.

올해 말 결혼할 문모(29.여.회사원) 씨는 남편 집안과의 문화적 충돌이 걱정이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자신의 집안과 시골생활만 해온 나이많은 시부모와의 문화차이가 너무 다르기 때문. 지난달 찾아갔을 때 예비 시어머니가 깍두기를 손으로 집어 밥 위에 얹어줄 땐 놀라기도 했다. 문 씨는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서도 "그래도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다 극복해나가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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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한 사람의 평생동안 가장 성숙된 모습으로의 변화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평생 의지할 남편이 생기고 또다른 부모를 섬기게 되고 아이를 낳는 건 결코 미혼의 자유와 비교될 수 없는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 줄 원천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 친구들을 만나기보다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유경험자를 자주 만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김은경(대동병원 정신과 진료부장)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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