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낭만의 소리 듣다"…대구시 선정 '낙엽 거리' 20곳

다른 계절에 비해 가을엔 떠올려지는 노래들이 무척이나 많다. 우선 가을이 사색의 계절인 만큼 가을을 노래한 노래들이 유달리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다 어느 계절보다 감성에 잘 빠져드는 때인 만큼 가을 노래들은 사람들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됐을 테고,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으리라.

가을에 떠오르는 노래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의 남성 3인조 그룹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Spring, Summer, Winter, And Fall)'이다. 가사 내용을 떠나 데미스 루소스의 껄껄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길 위를 뒹구는 낙엽을 떠올리게 만든다. 4계절 가운데 가을을 마지막에 노래한 것도 짧은 가을에 대한 '배려' 같아 더욱 정감이 간다.

철잃은 늦더위 탓에 문앞에서 서성이던 가을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가을을 맞아 산으로, 들로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지루한 일상, 팍팍한 도시를 탈출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게 상책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도심과 주변에서 가을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대구시가 선정한 낙엽 있는 거리 20곳을 찾아볼 만하다. 가을의 전령사인 단풍과 낙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그만이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로와 사색·산책하기에 알맞은 곳, 그리고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 등 테마도 다양한 편.

이곳에서는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낙엽을 쓸지 않고 그대로 둬 시민들이 밟고 거닐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곱게 물든 단풍과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좋아하는 가을 노래, 그리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가을의 향기에 흠뻑 젖을 수 있다.

▶'팔공산을 따라'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노래를 들으며 차를 몰아 대구 동구 불로동을 지난다. 공산댐을 지나자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1.5km에 걸쳐 길 양옆으로 늘어선 중국 단풍의 붉은 행렬이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케한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푸른 빛이 도는 가운데 붉은 단풍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보색 대비란 말이 딱 들어맞다. 수줍어하는 새색시의 '빠알간' 볼빛을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공산터널을 두고 가을은 두 가지 색의 향연을 펼친다. 서쪽이 중국 단풍들이 펼쳐내는 붉은 색의 잔치라면, 동쪽은 은행나무들이 자아내는 노란 색의 군무다. 미대동에서 백안삼거리를 잇는 노란 은행나무들 아래서 은행열매를 줍는 이들의 얼굴도 노랗게 물들었다. 은행을 줍는 게 아니라 '가을을 줍는' 그들의 마음도 노란빛으로 물들지 않았을까?

팔공산 순환도로와 파계로의 느티·왕벚나무들도 조금씩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성미가 급한 나무들은 벌써부터 단풍을 자랑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아직 가을빛을 머금지 못했다. 낙엽거리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다음달 초순이면 단풍과 낙엽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2시간에 걸친 짧은 드라이브 길이지만 팔공로~팔공산순환도로~파계로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안겨준다.

▶가족, 연인과 함께하는 가을

낙엽거리 중에서는 가족단위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곳들도 많다. 국채보상공원의 종각~조형분수 단풍나무길, 월드컵경기장 야외공연장 주변 산책로 등이 대표적이다. 연인과 조용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달성공원의 토성 산책길, 화원동산 화원정 주변 등이 추천할 만하다. 앞산네거리에서 충혼탑 방향의 19번 도로도 이름난 단풍 명소. 은행나무가 보도 블록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낙엽 있는 거리에서는 가을에 걸맞은 다양한 행사들도 마련돼 있다. 경상감영공원에서 '거리미술전'이 열려 한국화, 서양화가 전시되며 국채보상공원 및 2·28기념중앙공원에서는 '대구청소년 놀이한마당'이 열려 작품 전시, 댄스, 이색공연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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