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스 닥터] '짠 음식은 만병의 근원' 싱겁게 더 싱겁게…

대구시는 지난달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보건소는 식단의 소금량을 측정하고 영양상담도 해 주고 있다. 짜게 먹는 것이 많은 질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짜게 먹을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보다 2.7배나 많은 양의 소금을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소금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역시 좋은 게 없다.

◇몸이 원하는 중요한 성분=소금의 성분인 나트륨은 혈액을 비롯한 체액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산과 염기의 균형을 조절해 체액을 중성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세포가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을 돕고, 신경이 신호를 전달하거나 근육이 수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우리 몸에서 나트륨이 부족하면 심각한 증상이 생긴다. 혈압이 떨어지거나 근육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뇌세포가 부어올라 식욕 부진, 구역, 구토, 집중력 저하, 혼미, 무기력, 흥분,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긴다. 우리 몸이 나트륨은 대부분 소금에서 섭취되기 때문에 소금을 기준하면 하루 3g 정도가 적정량이다.

◇한국인 섭취량, 권장량의 2.7배=소금 섭취량은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보통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이 짜게 먹는 편이다. 일본의 아키다 지역 사람들은 하루 33g을 섭취해 세계에서 가장 소금을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손숙미(식품영양학) 가톨릭대 교수가 전국 20~59세 성인 5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소금섭취량은 13.5g으로 WHO 권장량(5g)의 2.7배로 나타났다. 이 중 남자의 소금섭취량은 14.9g으로 여자(12.2g)보다 많았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보다 짜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와 된장의 염도에서 경상도의 김치와 된장은 각각 3%, 14.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전라도의 김치와 된장은 각각 2.3%, 12.1%였다. 한편 일본인은 평균 12.3g, 미국인은 8.6g, 영국인은 9g 정도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많이 섭취하면 만병의 원인=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많이 먹으면 심혈관 질환과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고혈압은 소금 섭취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금을 적게 먹기로 유명한 알래스카 에스키모는 하루 4g 정도의 소금을 먹는데, 고혈압 발생률이 아주 낮다. 반면 하루 33g의 소금을 섭취하는 아키다 지방을 비롯한 일본 동북부 지역 사람들은 인구의 30%가 고혈압 환자이다.

실제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줄이면 혈압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심장이 커져심근경색증의 위험이 높고 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본인 3만 9천여 명을 11년 동안 조사한 결과(2004년 발표)에 따르면, 염분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률이 2배 정도 높았다. 이 보다 앞선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위 속에 있는 음식물의 소금 농도가 높으면 위 보호막이 파괴되고 염증이 생기며, 위가 헐고 위축성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위암이 유발되는 환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콩팥에서 칼슘이 빠져나가서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요로 결석이 잘 생긴다.

콩팥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 콩팥이 정상적인 사람의 소변에는 단백질이 아주 조금 섞여 나온다. 하지만 콩팥기능이 나빠지면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가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더 심해진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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