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추영화) 머쓱! 김수로 주연 '잔혹한 출근'

김수로가 주연한 두 번째 영화 '잔혹한 출근'(감독 김태윤)은 김수로라는 한 배우의 개인기를 총동원한 영화. 하지만 웃음과 눈물을 강요하는 영화를 이끌어가기에 김수로 한명으로는 벅차보인다.

평범한 샐러리맨 동철(김수로)은 주식 투자 실패로 사채까지 있어 늘 빚에 쪼들린다. 사채 이자를 갚는 장소에서 마주친 만호(이선균) 역시 인생 막장에 다다르긴 마찬가지. 돈이 필요한 이들은 우발적으로 유괴를 한다. 대상은 여고생 태희(고은아)로, 납치 자작극을 벌여 아빠(오광록)에게 용돈을 타내는 문제아다. 그 때 갑자기 동철에게 전화가 온다. 동철의 딸을 유괴했다는 유괴범의 전화. 유괴범의 아이를 유괴한 것이다. 동철은 어떻게 해서든 태희 아빠에게 몸값을 받아 딸을 찾아오려 하지만 돈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코믹 스릴러'를 표방하는 '잔혹한 출근'은 '유괴범의 아이를 유괴한다'는 상황의 기발함은 일단 합격점. 하지만 영화는 좀처럼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코미디와 가족드라마, 스릴러가 1시간 40분동안 내내 뒤엉킬 뿐 서로 녹아들지 못한다.

특히 초반 코미디는 억지스럽고 다소 유치하다. 공부를 싫어하는 태희에게 TV 교육방송을 틀어준다거나 동철 딸의 유괴범이 자신을 '진눈깨비 도깨비'라 자칭하는 것은 결말에서 거꾸로 되짚어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또 동철이 첫 번째로 유괴한 아이의 부모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동철이 태희와 돈을 맞바꾸는 장소로 서해바다로 설정한 것은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작위적 장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모든 어설픈 부분을 '가족드라마'로 슬쩍 덮어둔다. 눈물 흘리며 영화의 디테일을 잊어달라는 것.

김수로는 딸을 찾는 비장한 아버지 연기는 호평할만 하지만 특유의 과도한 애드리브가 극의 흐름을 끊어, 기존 캐릭터를 답습하고 있다. 또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오광록의 20% 부족한 연기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잔혹한 출근'은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관객에게 강요하고 있다. 자, 웃어줄 것인가, 아니면 같이 울어줄 것인가. 그것은 관객의 몫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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