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많이 듣는다. 얼마전 대구 기업인들과 식사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한 기업인이 말했다. "요즘 대구시 공무원들이 많이 바뀌었다. 성서공단에 대구시 공무원들이 토탈서비스를 하겠다며 찾아다니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공무원들 마인드가 비즈니스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0년이 넘도록 대구를 봐 왔지만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만해도 대구 공무원들에 대한 나의 인식은 거의 낙제점 이하였다. 대구에서 아파트 사업을 하고 돌아온 대기업 간부는 "다시는 대구에서 사업을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무지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발목잡기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랬던 공무원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있다. 국회의원들도 변하고 있다. 최근 대구 국회의원 한 명과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한나라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의 국회의원 줄세우기에 대해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호출 때문에 의원들이 어느쪽으로 줄을 서야 하느냐며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색다른 얘기를 했다. "국회의원들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도 중요하지만 대구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사는 일은 간단하다. 누가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대구를 살릴 수 있는 후보라면 국회의원들 각자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구 상층부의 변화 바람은 다 그 이유가 있다. 대구 경제의 현주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최근에 성서공단 삼성상용차 부지를 업체에 분양을 한 모양이다. 공단 부지가 인기가 있었던지 경쟁률이 상당했던 것 같다. 모두 114개의 업체가 분양신청을 했으니 성공적이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분양을 신청한 업체의 성격이다. 100여개가 넘는 신청업체 중 외지 업체는 단 4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경남 업체 3곳을 제외하면 수도권 업체는 단 한 곳이다.
대부분 지역업체들이 기존 공장을 팔고 성서공단 더 나은 자리로 옮기겠다고 나선 것 뿐이다. 기업이 '생산을 통한 이익창출'이라는 본래 기능을 외면한 것이다. 옥석은 가려봐야 알지만 부동산 투기 목적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있을까?
물론 이같은 대구 경제의 붕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롭게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10년·15년을 실기(失期)했다는 점을 대구를 걱정하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전통산업인 섬유가 유명무실해진 후 대구는 부품소재 산업외에 별달리 기능을 하는 산업이 없다. 구미·포항 등 대구를 둘러싼 외부환경도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기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 변화의 바람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대구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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