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린 도하의 붉은 악마"…이정규·김옥순씨 부부

도하 아시안게임 복싱경기가 진행되고 있던 3일 '더 스포츠 시티' 내 '아스파이어홀5'. 임시로 설치된 복싱장에서는 한국의 금메달 기대주 이옥성과 아바스베크 압둘라예프(카자흐스탄)가 남자 51㎏급 예선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주먹이 오갈 때마다 환호성과 탄식이 오가는 사이, 하나 뿐인 링을 둘러싼 관중석에서 붉은 옷을 입은 중년의 남·녀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들은 'Be the Reds',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적힌 옷을 입은 채 이옥성의 주먹이 상대에게 적중할 때마다 연신 '이옥성!'을 외쳐댔다.

주위를 둘러봐도 이옥성을 응원하는 이들은 관중 200여명 가운데서도 이들 둘 뿐, 다른 한국인 응원단도 보이지 않았다. 낯선 이국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옥성에게 환호를 보내주는 응원단은 이들 밖에 없었다.

목청껏 소리를 질러가며 이옥성을 응원했던 이들은 이정규(49)·김옥순(44) 씨 부부. 이 씨는 '유나이티드 아랍'이라는 도하의 한 발전회사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남편과 떨어져 서울에 머물고 있던 김 씨는 1일 남편을 만나고 아시안게임도 볼 겸 도하를 찾았다.

보통 12월이면 이 씨의 휴가철. 이 때만 되면 이 씨가 한국으로 건너갔지만 올해는 아내 김 씨가 김치와 된장, 젓갈 등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식을 한아름 챙겨들고 남편이 기다리는 도하로 왔다. 아시안게임을 함께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아시안게임 탓에 부부에게 느긋한 휴가는 남의 일이 됐다. 18일 귀국할 예정인 김씨가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날까지 한국 선수단 경기가 열리는 곳을 매일 함께 찾아다니며 응원할 생각이기 때문. 4일에도 유도와 축구 경기장에 들러 한국을 응원할 계획이다.

"카타르에는 우리 교민이 300여명 밖에 살지 않아서 경기장마다 수십명씩 몰려가 응원전을 펼치기 어렵죠. 우리라도 부지런히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응원하면 한국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 화이팅!"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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