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미국인들이 패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라크전을 진두 지휘해온 도널드 럼즈펠드(74) 미국 국방장관이 15일 국방부(펜타곤) 앞 광장에서 이임식을 갖고 역사 속으로 물러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딕 체니 부통령까지 동반한 가운데 성대한 환송식을 주관하고 6년간 펜타곤을 이끌어온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가장 숙련되고 정력적이며 헌신적인 미국 공직자중 한사람"이라면서 "그는 지휘를 할 줄 알며 미국은 그로 인해 더 나아졌다" 말했다.
그는 "럼즈펠드는 지난 6년간 항상 미군 병력들을 최우선으로 삼았으며, 야전의 군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더 나아가 럼즈펠드를 "미국 사상 최고의 국방장관"이라고 치켜 세웠다.
이에 럼즈펠드는 "전투의 추악함이나 고뇌로 부터의 명예로운 퇴장을 고려하는 것이 일부에게는 위안이 될 지 모르나 적들은 달리 생각하고 있다"며 이라크 미군 철수론에 쐐기를 박는 한편 "적과 우방으로 나눠진 세계에서 우방들이 국방 투자를 줄이고 있어 결국 미국으로 하여금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방들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임식에 앞서 전군에 방송한 연설을 통해 자신이 수행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인류의 자유를 위한 역사적 사건'이었다며 옹호하고, 모든 남녀 미군들과 함께 복무한 것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고귀한 영예'였다고 술회했다.
럼즈펠드는 이라크전과 관련, 늘 전투적 자세로 기자 회견에 임해왔으나, 지난 달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 참패로 즉각 사임한 이후 단 한차례의 기자 회견도 갖지 않았으며, 지난 주말 이라크 고별 방문때에도 기자단을 수행하지 않았다.
단지 폭스 TV 토크쇼 등 이라크전을 지지해왔던 보수 방송 매체에 출연하고, 역시 보수 칼럼니스트인 칼 토머스와 인터뷰를 가진 것이 전부일 정도로 이임을 앞두고 언론을 기피해왔다.
AP는 이날 '이라크전의 불명예로 막내린 럼즈펠드'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아마추어 레슬러였던 그가 50년간의 공직 생활을 이라크전 때문에 '바디 슬램'당하는 것으로 끝냈다고 보도했다.
진보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의 외교전문가 저스틴 로건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럼즈펠드의 묘비에는 '미국인들이 국가적 비극으로 기억할 패전을 수행할 운명에 처했던 국방부 수장'으로 적힐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 2001년 부시 대통령 1기 취임과 함께 68세의 나이로 국방장관이 됐던 럼즈펠드는 이미 43세이던 1975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던 경력이 있어 펜타곤 사상 최연소, 최연로 국방장관이자 아프간·이라크전 등 두개의 전쟁을 연속 수행한 유일한 국방장관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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