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연기념물 오골계, AI 피난길 '험난하네'

천연기념물 265호인 오골계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피해 피난길에 오르자 해당 시·군과 주민들이 반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에 놓였다.

문화재청은 AI가 발생한 전북 익산·김제지방에서 30여㎞ 떨어진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지산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골계 3천여 마리 중 종계 1천여 마리를 위험이 덜한 경북 봉화(300마리), 경기도 동두천(400마리), 인천 무의도(300마리) 등 3개 지역으로 긴급 대피시키기로 지난 14일 결정했다.

이 오골계들은 국내에서 사육 중인 오골계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들이다.

그러나 해당 시·군과 주민들의 반대로 오골계 피난 길은 순조롭지 않다.

봉화군은 최근 감염지역에서 청정지역으로 오골계가 유입되는 것은 봉화지역 양계농가뿐 아니라 경북 북부 양계농가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에 오골계 배치 취소를 신청했다.

군 관계자는 "전국 양계의 12%(봉화 152만 마리, 영주 280만 마리, 안동 218만 마리)를 차지하는 지역에 오골계를 피신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양계농가와 축산농가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AI가 발생한 익산과 김제가 논산과 가깝기 때문에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덜한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분산과 사육비 등에 드는 비용은 모두 국고에서 지원하겠다. 별일이 없으면 내년 3월 다시 귀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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