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아프리카 적도의 빙하>

"노데이 빙하는 없어졌습니다. 그레고리 빙하도 거의 끝장난 상태죠."

아프리카 케냐의 케냐산(5,199m) 등반 안내인 존 마이나(56)는 마치 오래 전에 숨진 친구를 애도하는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예전엔 루이스 빙하에서 스키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크레바스가 온통 널려 있지요. 루이스에서 레나나봉으로 가는 길은 천지가 얼음이었지만 지금은 암벽 위를 올라 가야 합니다"

10대 소년 시절부터 케냐산 꼭대기를 뒤덮고 있는 빙하 안내인으로 일해온 마이나는 아프리카 적도 지역의 몇 안되는 빙하가 사라지는 광경을 직접 지켜봐왔다.

"아마 5년 후면 루이스 빙하도 사라질 겁니다" 라고 또다른 중견 안내인 조셉 음왕기(45)는 덧붙였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드물게 만년설로 뒤덮여 있는 킬리만자로(5,895m)산, 케냐 및 르웬조리(5,109m)산의 빙하가 갈수록 녹아내려 없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간다 르웬조리의 경우 가장 빨리 빙하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간다 중견 기상학자인 아부셴 마주구는 영국 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지난 5월에 학계에 발표한 보고에서 르웬조리 빙하가 2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달의 산'으로 불리는 르웬조리는 100년 전에 빙하 면적이 6.4㎢에 달했으나 지금은 1.28㎢에 불과한 상태다.

르웬조리산의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질 경우 이는 나일강의 2대 수원(水源)이 끊기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2세기의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달의 산'이 나일강의 발원지로 믿고 있었다.

케냐산의 18곳 빙하 가운데 8곳은 이미 없어진 상태다. 또한 빙하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킬리만자로도 예외가 아니다.

빙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프리카의 빙하들이 앞으로 20-50년 이내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1얼 미국의 한 연구결과는 케냐산과 동부 아프리카 빙하들이 15년 내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적도 부근의 고원지대 빙하가 녹아내리는 데는 지구온난화현상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빙하가 자꾸만 줄어드는 원인은 기온 상승보다는 습도가 낮아지는 데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간다의 마주구는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왔으며, 빙하의 감소는 지구온난화와 어느 정도 관계돼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동부 아프리카 빙하를 지난 40년 동안 연구해온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스테판 헤이슨랏 교수는 빙하 감소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더욱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부 아프리카 빙하가 줄어들기 시작한 원인은 다른 적도 지역들 사례와는 다르다"면서 "그러나 그것이 지구온난화 개념에 상반되는 근거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빙하 감소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수원을 고갈시켜 분쟁을 야기할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케냐산 인근의 나로마루 마을을 흐르는 강 하류는 건기에는 말라서 강바닥이 보일 정도다. 이로 인해 가축들이 죽어가자 무장한 유목민들은 상류의 농장들을 습격해 관개시설을 통해 물을 빼내가지 못하도록 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경우 전력을 수력발전소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케냐산 물이 부족할 경우 수력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북미 지역 빙하 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해수면이 2.5-5㎝ 상승한 것에 전 세계 빙하의 감소가 3분의 1 가량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