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 걸린 일엔 실수까지 허용 못해

대구지하철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2호선에서 그저께 열차가 멈춰서 버린 게 發端(발단)이다. 그때 승객들은 사고 후 한참 지나도록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고, 머잖아서는 전기 공급마저 끊겨버렸다고 했다. 그렇게 깜깜한 터널 속에 갇힌 게 20여 분, 저 참혹했던 지난 일이 저절로 떠올랐을 듯싶다. 저런데도 지하철公社(공사) 측은 엉뚱한 뉴스 브리핑을 했다. 승객들을 제대로 안심시켰을 뿐 아니라 시속 10㎞의 비상운전으로 인접 역에도 잘 도착했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 만 하루를 넘기고도 원인은 모른다고 했다.

일단 백 번 양보해 기술력 부족은 아직 그런 사정이 있는가 보다 하고 양해해 둬 보자.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의 부실한 대처와 현장 밖 지휘탑에 여전히 숭숭한 구멍은 도저히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그게 바로 192명을 사망케 하고 심각한 상해를 통해 151명의 인생에 먹칠을 했던 지난날의 그 참사를 불렀던 潛在(잠재) 화약더미에 다름 아니라 믿기 때문이다. 그 참혹한 일을 겪고도 '대충대충'과 '변명 덧칠하기'를 계속하려는 못 말릴 안일성은 지난 3월 초의 수성구청역 연기 사건에서도 감지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어떻게 해야 이 '安逸病(안일병)'을 고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 뿌리를 잘라 시민의 안전성을 조금이나마 더 높여 갈 수 있을까? 철저한 경위 조사와 과도할 정도의 처벌마저 불사하길 바란다. 절대로 越境(월경)이 허용될 수 없는 '죽음의 線(선)'이란 것도 있음을 모든 종사자들의 뇌리 더 깊숙이 각인시킬 조치가 필요한 탓이다. 그게 작은 희생을 통해 큰 희생을 막는 길일 뿐 아니라, "우리가 그만큼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는 종사자들의 소명의식과 자부심 또한 높일 수 있는 길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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