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이전지 선정을 앞두고 경주의 지역 간, 주민들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의 하나인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로 경주의 민심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도심권 주민들은 경제적 파급 효과 극대화를 위해, 방폐장이 들어설 경주 양북면과 인근 양남면, 감포읍(이하 동(東)경주 지역) 주민들은 방폐장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기 자신들이 주장하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주시가 지난 20일 후보지로 도심권을 추천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동경주 주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어디로 결정되던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한수원 본사 이전지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 경주지역 지원방안 추진문제, 그리고 수면 밑에 잠복해 있지만 언제든지 핫이슈로 부상할 수 있는 방폐장 탈락지역의 불만 등을 짚어본다.
(1) 경주시 선택, 동경주 폭발
◆동경주 주민들, 폭발
동경주 주민들은 시가 경주 도심권을 한수원 본사 후보지로 추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격렬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25일 밤 11시까지 무려 12시간 동안의 '마라톤' 시위에 이어 26일 오전에도 경주에선 도로 차단 시위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는 산업자원부를 겨냥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일까?
동경주 주민들은 "백상승 경주시장이 방폐장 유치 과정에서는 찬성율을 높이기 위해, 유치 후에는 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며 줄곧 한수원 본사의 양북 이전을 약속하고도 결국은 최종적으로 도심권을 추천하는 배신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들은 "백 시장은 당시 '동경주 찬성률이 경주 평균 찬성률 이상 되면 한수원도 보내겠다.'고 공약했는데 실제 찬성률은 동경주가 58.2%로, 시 전체 평균인 89.5%에는 못 미쳤다. 그러나 20%대에 머물던 찬성률이 이 공약을 계기로 60% 가까이 올라 결국 경주가 유치에 성공한 만큼 당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백 시장이 기회있을 때마다 '월성원전과 방폐장, 한수원 본사 등이 동해안에 입지해 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동경주를 계속 추천하다 마지막에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수원도 결정을 미뤄 지역·민민 간 갈등을 부추켰다고 생각하고 있다. 방폐장유치확정에 따른 지역대책위(이하 동경주 대책위) 배칠용 집행위원장은 "2003년 방폐장 부지 선정에 고심하던 한수원이 '방폐장 유치 지역에 본사도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도 막상 방폐장 유치가 확정되자 노조의 반대 등을 이유로 동경주를 꺼리는 바람에 갈등이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본사 이전지 결정이 지난 8월 말에서 11월 말로, 다시 이달 말로 2차례 연기된 것도 도심권의 이전 요구를 부추켜 자신들 뜻을 관철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다는 주장이다.
한수원 이전지 결정을 앞두고 그동안 한수원과 경주시가 서로 결정권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긴 것도 대립을 부추키고 주민들을 농락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 동경주 주민들은 "한수원과 경주시 모두 19년 동안 표류하던 방폐장만 받아 들이면 무엇이라도 해 줄 듯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면 난제들은 쉽게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수원 본사가 양북으로 이전하면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빨리 확충돼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시내권이 최종 입지로 선정될 경우 동경주 발전이라는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고, 더 낙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경주시, 도심권 선택
시가 한수원 본사는 동경주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다 최종 후보지 추천에서는 급선회해 도심권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한수원 본사는 시내 중심권으로, 동해안 지역은 대안사업 유치로 동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수원과의 협상을 통해 한수원 본사 이전을 동경주 지역이 포기하는 대신 동경주에는 2천억∼2천500억 원 정도 소요되는 ▷한수원 생활연수원 ▷에너지박물관 ▷문무대왕 호국청소년수련관 건립 등의 지원을 받아내는 게 훨씬 실리라는 주장이다.
또한 1만9천여 명의 동경주 주민들 요구와 반발 못지 않게 26만여 명의 도심권 주민들의 민의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것. '경주도심위기대책 범 시민연대' 최태랑 공동대표는 "40여 년 동안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재산권 행사 등에 제약을 받아왔던 도심권 주민들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한수원 본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수원 본사와 함께 두산중공업 등 협력기업 유치와 한수원 직원 사택 건립 등을 통해 한수원 이전의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는 도심권을 추천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주·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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