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하야(下野)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대선 정국은 극도로 혼란스런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데다 지금까지의 판세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왔던 한나라당에는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야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중선거구제와 대통령 임기단축' 간의 빅딜 구상을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제의한 뒤 한나라당에서 거부, 하야 입장을 밝히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제 2의 탄핵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해 언론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구도가 해소된다면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내놓겠다.""정권을 내놓더라도 선거제도를 고치고 싶다."는 등 중선거구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었다.
당 지도부가 대외적으로는 노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면서 극비리에 대책을 마련 중인 것도 그만큼 정치적 충격이 클 것은 물론, 현실화 될 가능성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5월, 5·18 행사 추진위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발언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임기가 긴 것 같다."는 등 관련 발언들을 잇따라 해왔다.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조기에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대선을 치르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제시됐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대선 투표일이 내년 연말에서 하야 후 60일 이내로 앞당겨진다는 점에서 여·야 각 당과 대선 주자들은 기존 선거 전략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당별로, 혹은 후보별로 이해관계도 엇갈리게 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에 대한 여론 지지도가 높아 '예선(당내 후보경선)'이 '본선(대선)'이 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해 왔던데다 대선 주자들의 지지도 역시 선두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선 일자를 앞당기거나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 등을 놓고 이들간에 의견 대립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국 일부 대선주자의 탈당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보고서에 후보들을 어떻게 승복시킬 지의 문제가 핵심 사항으로 담기게 된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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