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견기업에서 계약직 근로자로 일하는 박모(38·여) 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6개월만 계약을 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적용되는 내년 7월에 재계약을 하자는 것. 하지만 박 씨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회사 측이 계약 갱신을 하면서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해고한 뒤, 2년 뒤에는 거의 대부분의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 박 씨는 "길어야 2년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셈"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 중 극히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소식에 서로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연말을 맞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재계약을 앞둔 업체들이 계약 기간을 조정하거나 비정규직을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일부 업체에서는 정규직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강요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42·여) 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회사로부터 '나가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계약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힘들다며 비정규직 수를 줄여나간다고 했다는 것. 이 씨는 "기존 업무를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나눠 맡기고 비정규직은 내보낸다고 했다."며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않는 이상, 2년마다 떠돌아 다녀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특히 정규직 근로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바꾸는 편법까지 드러나고 있다. 단순 생산직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뒤, 2년 뒤에 계약을 해지해 정규직의 수까지 줄인다는 것.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까지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성서공단 노동조합에는 이같은 근로계약서 작성을 둘러싼 상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성서공단 휴대전화 액정 제조 업체에서 일하는 A씨(35·여)는 "회사 측에서 임금을 위한 계약서라며 1년짜리 근로계약을 맺자고 요구했다."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을 수도 없고 썼다간 2년 뒤에 회사를 나가야 될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김용철 성서공단 노조위원장은 "발빠른 일부 업체들은 비정규직 고용 매뉴얼까지 만들며 법 망을 피해가고 있다."며 "업체로서는 2년 이내에 계약해지를 하거나 벌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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