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아이 생각을 키우자)⑥체계적인 발표가 성장을 돕는다

모 중학교 2학년의 수업을 참관하였을 때의 일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하였다. "아침에 학교에 올 때 어떤 방향으로 왔습니까? 방향과 거리를 수치로 나타내어 발표하여 봅시다." "저요, 저요!"

대부분의 학생이 손을 올리는데 한 학생이 머리를 숙인 채 노트에 무언가 쓰고 있다. 뒤에서 살짝 보았더니 '위치, 좌표, 이동 속도…' 등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고 있었으며 친구의 발표를 듣지도 않았다.

열심히 노트에 쓰고 있는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가 노트에 많은 글을 쓰라고 해서 엄마에게 보여 주려고요."라고 대답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매일 노트를 조사하는 것 같았으며 노트에 많이 쓰면 공부를 많이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학생은 또 그것을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쓰기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질문하고 답하고 의문점을 가지는 것이다. 학생들은 그 나이에는 대부분 감정이 예민한 편이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면 열심히 공부해!"라고 격려하는 것도 지나치면 뜻하지 않게 어긋나기 쉽다.

같은 학급의 또 다른 학생은 예절바르게 앉아 앞을 보며 모두와 같이 손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의 지명을 받자 매우 망설이며 일어나더니 겨우 "교회"라고 한 마디 하고는 그냥 앉았다. 학교 오는 길에 교회를 지나왔겠지만 다른 아이들이 "집에서 남동쪽으로 2㎞가면 교회가 나옵니다. 거기서 북쪽으로 1㎞를 다시 가면 우체국이 있습니다." 등과 같이 말하는 것과 비교하면 표현이 너무 단순했다.

그렇다고 그 학생이 그 정도의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용기가 부족해 속으로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틀리면 부끄러워 어쩌나, 친구나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예를 든 두 학생 모두 나름대로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지만 너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많을 질문을 함으로써 스스로 계획을 잡아서 자기 일을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지나친 간섭을 삼가고 안내자나 조언자로서 학생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역할만 한다면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끝없이 펼쳐갈 것이다. 힘들거나 모르는 문제는 스스로 찾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줘야함 학생의 두뇌는 체계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되도록 의문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질문을 많이 하게 하고,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만드는 것이 창의력을 기르는 지름길이다.

강인구(상주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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